AI로 위장한 ‘구글 코인’ 사기… 가짜 제미니 챗봇까지 동원
[서울=뉴스닻] 김 크리스 기자 = 인공지능(AI)을 악용한 신종 암호화폐 사기가 등장했다. 구글의 AI 챗봇 ‘제미니(Gemini)’를 사칭한 가짜 챗봇을 앞세워 존재하지 않는 ‘구글 코인(Google Coin)’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정교한 대화형 챗봇이 투자 수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피해자를 설득한 뒤, 되돌릴 수 없는 암호화폐 송금을 유도하는 구조다. 구글은 현재 암호화폐를 발행한 바 없다.

AI 챗봇이 투자 상담사로 둔갑
문제가 된 사이트는 ‘구글 코인’ 사전 판매 페이지로, 챗봇이 스스로를 “구글 코인 플랫폼의 AI 어시스턴트 제미니”라고 소개한다. 반짝이는 아이콘과 ‘온라인’ 표시 등 실제 구글 서비스와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해 공식 서비스처럼 보이도록 꾸몄다.
이 챗봇은 “코인 100개를 사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395달러를 투자하면 상장 시 2,755달러 가치가 될 것이라며 약 7배 수익을 예상한다고 답했다. 토큰당 3.95달러의 사전 판매 가격, 27.55달러의 상장 예정가 등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과거에는 텔레그램 등에서 사람이 직접 하던 설득 과정을 이제는 AI가 자동으로 수행하는 셈이다.
의심 질문엔 회피, “투명성”만 반복
분석에 따르면 이 챗봇은 끝까지 ‘공식 도우미’라는 설정을 유지한다. 운영 주체, 등록 법인, 규제 기관, 감사 여부 등 기본적인 검증 질문에는 명확히 답하지 않거나, “보안”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추상적인 문구로 돌려 말한다. 사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이를 부정하며, 필요하면 ‘매니저’에게 연결하겠다고 안내한다.
사이트 역시 구글 로고와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신뢰를 유도한다. “5단계 중 마지막 단계”, “수백만 개 판매 완료” 같은 문구로 긴박감을 조성하고, 오픈AI·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유명 기업 로고를 무단으로 나열해 권위를 빌린다. 결제 단계에서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제시하며 송금을 요구한다. 암호화폐는 한 번 보내면 취소가 불가능하다.
AI가 바꾼 사기 구조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암호화폐 사기 자금의 약 60%가 AI 도구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AI 챗봇은 24시간 동시에 수백 명을 상대할 수 있고, 일관된 메시지로 신뢰를 쌓으며, 필요할 때만 사람 사기꾼이 개입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경고 신호를 제시한다. 유명 AI 이름을 내세운 챗봇이 외부 투자 사이트에서 활동한다면 의심해야 한다. 특정 수익률이나 상장 가격을 보장하는 설명도 위험하다. 법적 등록 정보나 감독 기관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피해를 막으려면 해당 기업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투자 전 ‘사기’ ‘리뷰’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는 것이 기본이다. 무엇보다 구글은 암호화폐를 발행하지 않았으며, 제미니 AI가 제3자 코인 판매를 돕는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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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크리스 기자 (chris@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