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OpenAI 대신 구글을 택한 이유…‘Gemini-Siri’ 계약이 던진 4가지 교훈
[서울=뉴스닻] 이정수 기자 = 애플이 개편된 시리에 구글의 Gemini 모델을 통합하는 다년(멀티이어) 계약을 선택하면서, 초거대 AI(파운데이션 모델)를 평가하는 ‘애플식 기준’이 기업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결정은 기기 내·클라우드 동시 운용, 지연시간, 멀티모달, 프라이버시 등 제품 핵심층에 AI를 심는 조직이 반드시 따져야 할 조건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ChatGPT는 ‘옵션’, Gemini는 ‘기본 레이어’로
애플은 2024년 말부터 기기 내에서 ChatGPT를 연동해, 사용자가 원할 때 복잡한 질문을 처리하는 방식의 기능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Gemini가 시리의 ‘기본 지능층’에 더 가까운 역할을 맡게 되면서, OpenAI는 기본값이 아닌 보조적·선택형(옵트인) 위치로 재정렬되는 모양새다. 이는 “AI 기능을 붙인다”가 아니라, 어떤 모델을 기본 인프라로 삼을지가 사용자 경험과 제품 구조를 좌우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애플이 강조한 건 가격이 아닌 ‘역량 평가’
기사에 따르면 애플은 파트너 편의나 생태계 궁합, 단기 비용보다 ‘가장 유능한 기반(capabilities)’이라는 표현으로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기업 구매자에게도 익숙한 기준과 맞닿아 있다. 대규모 트래픽에서의 성능 안정성, 추론 지연시간(레이턴시), 멀티모달 처리 능력, 그리고 온디바이스·클라우드에서 모두 구동되면서도 프라이버시 기준을 지키는 구조가 핵심 평가 항목으로 제시된다.
‘기술력’만큼 중요한 변수…벤더의 발전 속도와 장기 로드맵
애플의 선택은 현재 성능만이 아니라, 향후 2~3년 동안 누가 더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베팅으로도 해석된다. 기업 입장에선 “오늘의 1등”이 “계약 기간 내내 1등”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다.
따라서 모델 도입을 검토하는 조직이라면 벤치마크 점수뿐 아니라 △업데이트 주기 △연산 인프라 확장 능력 △R&D 투자 지속성 △제품 로드맵의 일관성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조된다.
하이브리드(온디바이스+프라이빗 클라우드)와 ‘종속 리스크’가 동시에 부상
이번 계약은 한편으로 벤더 집중(종속) 우려도 키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뿐 아니라 iOS에서도 AI 기능의 핵심 축이 되면, 기술·상업적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시에 애플이 강조한 방식은 기업들에게 ‘정답 템플릿’으로도 읽힌다. 민감한 처리는 온디바이스, 고난도 처리는 프라이빗 성격의 클라우드로 나누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프라이버시와 성능을 함께 충족시키는 설계로 부상한다. 이때 특정 벤더에 잠기지 않도록 멀티모델 전략, 추상화 레이어, 이식 가능한 아키텍처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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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