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취미 프로젝트가 ‘슈퍼밈’이 되기까지: 오픈소스 봇 하나가 실리콘밸리를 흔들다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오스트리아 개발자 페터 슈타인베르거는 원래 소규모 개인 프로젝트로 AI 도구 ‘오픈클로(OpenClaw)’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AI 보조 프로그램이 소셜미디어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급속히 퍼지며 상황은 달라졌다. 수많은 AI 봇이 자동으로 글을 쓰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화제가 됐고, 특히 AI 전용 소셜 공간으로 알려진 ‘몰트북(Moltbook)’에서 기묘하고 철학적인 게시물이 쏟아지며 일종의 문화 현상, 이른바 ‘AI 슈퍼밈’으로 번졌다.

VC와 빅테크가 몰려든 이유

이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투자자와 대형 AI 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슈타인베르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이어 미팅을 소화하며 오픈AI, 대형 벤처캐피털,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과 접촉했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과 직접 통화해 이름 사용 문제를 논의할 정도로 주목도가 커졌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연 ‘클로콘(ClawCon)’ 행사에는 수백 명이 몰렸고, 배우이자 투자자인 애슈턴 커처까지 깜짝 등장하면서 ‘AI 개발자 셀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장면이 연출됐다.

AI 열풍의 단면, 밈과 불안이 교차하다

이번 사례는 AI가 더 이상 기업 연구소에만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 개인의 취미에서 출발해 시장과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AI가 일자리를 얼마나 빠르게 대체할지,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흔들릴지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월가와 대기업들은 AI 투자 규모를 ‘달 착륙’에 비유할 만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일부 산업에서는 이미 초급 직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우연에서 시작된 변화, 방향은 미지수

슈타인베르거 자신도 이 열풍의 끝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정말 정신없는 한 주였다”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을 뿐이다. 다만 한 개인의 실험적 AI 프로젝트가 밈이 되고, 투자와 권력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은 현재 AI 산업의 속도와 불확실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취미와 산업, 놀이와 경제의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다음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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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