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감시 스타트업 ‘플록’, 필리핀 저임금 노동자에 미국 시민 감시 맡겨 논란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미국 전역에 차량 번호판 인식 카메라와 안면 인식 기술을 공급해 온 AI 감시 스타트업 ‘플록(Flock)’이 실제로는 필리핀 저임금 노동자들을 활용해 미국 주민들의 감시 데이터를 처리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AI 기업”을 표방했지만 상당 부분을 해외 인력에 의존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감시 산업의 윤리성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AI라더니… “실제론 해외 인력 수작업”

미국 IT 매체 404 미디어는 최근 보도를 통해 플록이 필리핀에 위치한 외주 인력에게 영상 데이터를 분류·정리하는 작업을 맡겼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노동자는 차량 색상·제조사·모델을 구분하고, 번호판을 기록하며, 교통사고 현장 음성 파일을 라벨링(데이터에 설명을 붙이는 작업)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은 흔히 ‘AI 학습용 데이터 주석 작업’으로 불린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미리 데이터를 정리해 학습시키는 구조다. 문제는 이 작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해외 노동자에게 맡겨졌다는 점이다.

미 전역에 촘촘한 감시망… 이민 단속에도 활용

플록의 카메라는 미국 수천 개 지역에 설치돼 있다. 지역 상점이나 지방 정부가 설치한 카메라가 중앙 네트워크로 연결돼 경찰이 실시간으로 번호판과 보행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시스템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활동에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자료에는 뉴욕, 플로리다, 뉴저지, 미시간,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의 차량 번호판 이미지가 포함돼 있었다. 정확한 데이터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일반 시민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감시 체계에 편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AI 환상’ 뒤의 노동 착취 구조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AI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과거 아마존의 ‘무인 계산대’ 매장이 실제로는 인도 인력이 원격으로 모니터링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사례나, AI 코딩을 내세웠던 스타트업이 인간 프로그래머의 작업을 AI 결과물로 둔갑시킨 사건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만 차이점은 선택권 여부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와 달리, 감시 시스템은 동의 없이 적용된다. 한 기업이 누가 감시 대상이 될지, 그리고 누가 감시를 수행할지를 결정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감시의 주체는 누구인가

플록 사례는 기술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구축된 감시 인프라가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AI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 운영은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고, 감시 대상이 되는 시민은 이에 대해 알 권리나 선택권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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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