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컨트리송, 빌보드 정상…내슈빌서 ‘진짜 음악’ 논쟁 불붙다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인공지능(AI)이 미국 컨트리 음악계를 뒤흔들고 있다. 정체가 공개된 ‘AI 가수’의 곡이 빌보드 컨트리 디지털 세일즈 차트 1위에 오르면서, CMA(컨트리 음악 협회) 어워즈가 한창인 내슈빌 현지에서는 “이게 진짜 컨트리 음악인가”를 두고 논쟁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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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브레이킹 러스트’, 사람처럼 들리는 ‘Walk My Walk’

논란의 시작은 ‘브레이킹 러스트(Breaking Rust)’라는 이름의 가수와 곡 ‘Walk My Walk’다. 테네시주 파슨스 지역 라디오에서 근무하는 라디오 PD 펠리시아 스미스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는 “처음엔 이름도 생소해서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곡을 들어보니 완전히 ‘진짜 컨트리송’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곡을 부른 가수도, 곡을 만든 주체도 모두 사람이 아닌 AI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반응은 단호하게 바뀌었다. 스미스는 “알고 나서는 곡이 완전히 죽었다. 저건 진짜 사람이 아니다. 컨트리 음악이 쌓아온 것과 맞지 않는다”며 “우리 방송국에서 이 노래가 나갈 일은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Prompt : ai making music
사람이 결여된 음악은 존재할 수 없어...

뮤지션들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BMI 어워즈 현장에서 배우이자 뮤지션인 빌리 밥 손튼은 “송라이팅에서 인간을 빼면 완전히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라며 “AI가 좋은 건 고양이랑 스케이트보드 타는 영상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정도지, 음악을 대신하게 하는 건 반대”라고 말했다.

AI 콘서트까지 나오는 거 아니냐

젊은 뮤지션들 역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브룩스는 “많은 사람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나는 꽤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속도라면 언젠가 ‘AI 콘서트’가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기술 흐름을 보면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라이브 공연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감정과 현장성만큼은 AI가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며, 무대 위 ‘사람’의 자리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아티스트 잇단 데뷔…차트는 이미 변하고 있다

논란과는 별개로, AI 음악의 상업적 성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브레이킹 러스트의 또 다른 곡 ‘Livin’ on Borrowed Time’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500만 회를 돌파했고, 스포티파이에서도 수천 건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 중이다.

빌보드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순수 AI 또는 AI 보조를 받은 아티스트 최소 6팀이 여러 차트에 첫 진입했다. 예술성과 진정성을 둘러싼 저항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청취자 일부는 이미 이 새로운 ‘가상 카우보이들’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고 있는 셈이다.

CMA 어워즈 주간 내슈빌 거리에서는 “컨트리 음악은 삶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의 장르”라는 목소리와 “기술은 결국 도구일 뿐, 선택은 대중의 몫”이라는 시선이 맞부딪치고 있다. AI가 만든 노래 한 곡이, 컨트리 음악이 지켜온 ‘진짜’의 의미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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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