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콜센터를 대체할까…“효율성은 높지만, 인간의 공감은 여전히 필요”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인공지능(AI)이 콜센터 산업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9년까지 고객 문의의 80%를 AI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기술 확산이 곧 만족도를 의미하진 않는다. 기업은 인건비 절감과 효율을 기대하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 고객 서비스 담당자의 85%가 AI 챗봇을 도입·시험 중이지만,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20%만이 성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트너 애널리스트 에밀리 포토스키(Emily Potosky) 는 “AI와의 대화는 훨씬 자연스러워졌지만, 여전히 할루시네이션(사실 왜곡) 이나 잘못된 정보 제공 문제가 빈번하다”며 “특히 배송 조회처럼 단순한 문의는 ‘규칙 기반(rule-based)’ 챗봇이 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로, 기자가 택배사 에브리(Evri) 의 챗봇 ‘에즈라(Ezra)’와 대화했을 때, 시스템은 배송 오류 사진을 보여주고 대화를 종료해 버렸다.
에브리 측은 5700만 파운드(약 990억 원) 를 투자해 AI 기능 개선 중이라며 “대부분의 고객이 몇 초 내로 필요한 답을 얻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경쟁사 DPD 는 자사 챗봇이 욕설을 하며 회사를 비판하는 사태가 벌어진 뒤 서비스를 중단했다.
콜센터 산업의 AI 전환 이유는 분명하다 — 비용 절감이다. 하지만 포토스키 애널리스트는 “AI가 반드시 더 저렴한 건 아니다”고 강조한다. “AI를 도입하려면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갖춰야 하고, 지식관리(knowledge management) 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정리가 안 된 정보를 AI가 알아서 해결해줄 거란 믿음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조 인제릴로(Joe Inzerillo) 최고디지털책임자는 “AI는 이미 필리핀·인도 등 저비용 콜센터 인력의 교육자료를 학습하며 1차 대응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일즈포스의 AI 고객서비스 플랫폼 ‘AgentForce’ 는 포뮬러1, 프루덴셜, 레딧 등에서 사용 중이며, 고객의 94%가 인간보다 AI를 먼저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일즈포스는 AI가 고객 불만에 “미안하다”고 말하도록 감정 표현 알고리즘을 추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 상담원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많다.AI 솔루션 기업 Q스토리(QStory) 의 피오나 콜먼(Fiona Coleman) 대표는 “AI가 교대 근무를 효율화해 직원 만족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모기지 상담이나 채무 문제처럼 감정적 공감이 필요한 영역은 대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AI가 진짜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위로나 신뢰를 줄 수 있을지는 앞으로 5년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고객응대 확산이 소비자 보호법 논의로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콜센터의 해외 이전 금지 및 AI 사용 공개 의무화 법안이 추진 중이며, 이용자가 요청할 경우 ‘인간 상담원으로 즉시 연결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했다. 가트너는 2028년까지 EU가 ‘인간과 대화할 권리(right to talk to a human)’를 소비자 기본권으로 명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AI 상담원이 빠르고 저렴한 솔루션을 제공하더라도, 공감·신뢰·책임의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콜센터의 종말이 아닌, AI와 인간이 각자의 장점을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고객 서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닻.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