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칩 실은 위성, 우주서 첫 AI 학습 성공… ‘궤도 데이터센터’ 경쟁 본격화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을 탑재한 위성이 우주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구동하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주 기반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Starcloud)는 위성 ‘스타클라우드-1’에 엔비디아 H100 GPU를 실어 궤도에서 대형언어모델(LLM)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우주 데이터센터’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H100 실은 위성, 셰익스피어로 학습

스타클라우드는 11월 초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위성을 발사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는 기존 우주 GPU 연산 대비 100배 강력한 성능이다. 위성은 오픈AI 공동 창립 멤버 안드레이 카르파시가 만든 NanoGPT를 셰익스피어 전집으로 학습해, 셰익스피어식 문체로 응답을 생성했다. 또 구글의 오픈 모델 ‘젬마(Gemma)’를 궤도에서 실행·질의해 답변을 받는 데도 성공했다. 고성능 엔비디아 GPU에서 LLM을 우주에서 구동한 첫 사례라는 설명이다.

스타클라우드의 필립 존스턴 CEO는 “지상 데이터센터에서 가능한 일은 우주에서도 가능해야 한다”며 “에너지 제약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 동기”라고 말했다.

전력·물 문제 대안? “에너지 비용 10분의 1”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대규모 시설은 막대한 전력과 냉각수, 온실가스를 동반한다. 스타클라우드는 궤도에서 태양광을 상시 수집해 전력을 공급하고, 우주 환경을 활용한 냉각으로 지상 대비 에너지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폭 4km급 태양광·냉각 패널을 갖춘 5기가와트(GW) 규모 궤도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는 미국 최대 발전소를 웃도는 전력 규모다. 위성 수명은 칩 내구성을 고려해 약 5년으로 예상했다.

업·군사 활용… 산불·조난 탐지까지

스타클라우드는 관측기업 카펠라 스페이스의 위성영상 추론(inference)을 우주에서 처리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산불 열 신호를 즉시 탐지해 구조기관에 알리거나, 해상 전복 선박의 구명보트를 식별하는 등 실시간 대응을 겨냥한다. 2026년 10월 발사 예정인 차기 위성에는 복수의 H100과 엔비디아 블랙웰 플랫폼을 탑재하고, 클라우드 인프라 스타트업 크루소의 플랫폼을 통합해 고객이 우주에서 AI 워크로드를 배치·운영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혹독한 우주 환경에서 젬마가 구동된 것은 오픈 모델의 유연성과 견고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방사선·파편·규제… 넘어야 할 산

다만 궤도 데이터센터에는 우주 방사선, 궤도 파편 충돌, 정비의 어려움, 데이터 주권·우주교통 규제 등 위험요인이 따른다. 그럼에도 구글의 ‘프로젝트 선캐처’(태양광 위성+TPU), 달 표면 데이터센터를 추진 중인 로네스타 데이터 홀딩스, 2027년 궤도 위성 배치를 목표로 한 에더플럭스 등 경쟁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다.

엔비디아의 디온 해리스 AI 인프라 총괄은 “작은 데이터센터 하나에서 시작해 태양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는 궤도 컴퓨팅의 미래로 도약했다”고 밝혔다. 지상 인프라 한계를 돌파하려는 ‘우주 데이터센터’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저작권자 ⓒ 뉴스닻.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