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걸러내는 AI 채용 시스템 논란… “동의 없는 정보 수집” 집단소송 제기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미국에서 인공지능(AI) 채용 플랫폼이 구직자의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분석해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원고들은 AI가 지원서에 적지 않은 정보까지 인터넷에서 수집해 평가에 반영했고, 그 결과 인간 채용 담당자에게 이력서조차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I가 대신 고르는 채용 과정, 무엇이 문제인가

소송의 대상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AI 채용 플랫폼 ‘Eightfold’다. 이 회사의 시스템은 수많은 지원자를 자동으로 분석해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추려주는 방식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페이팔 등 포춘 500대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원고 중 한 명인 에린 키슬러는 이 플랫폼을 통해 여러 기술직에 지원했지만, 대부분의 지원이 초기 단계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은 “지난 1년간 수천 건의 지원 가운데 후속 연락으로 이어진 비율이 0.3%에 불과했다”며 “AI가 사람보다 먼저 지원자를 걸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스템은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구직자에게는 왜 탈락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블랙박스’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원서에 쓰지 않은 정보까지 수집했다”는 주장

소송에 참여한 또 다른 원고 스루티 바우믹은 2023년 이후 여러 차례 Eightfold를 사용하는 기업에 지원했지만, 개인 정보 제공이나 권리 포기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ightfold가 소셜미디어 활동, 위치 정보, 인터넷·기기 사용 기록, 쿠키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개인 프로필을 만들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이 정보는 다시 AI를 통해 ‘직무 성공 가능성’을 0에서 5까지 점수로 환산해 기업에 제공됐고, 그 결과가 채용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원고 측은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 뒤에서 정보가 공유되면 오류와 차별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은 소비자신용보호법(FCRA)과 캘리포니아 소비자신용정보법(ICRAA)이 금지하는 불투명한 자동 평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쟁점이 되고 있다.

Eightfold “비밀 정보 수집은 사실 아냐”

이에 대해 Eightfold는 즉각 반박했다. 회사 측은 “우리는 개인 웹 기록이나 소셜미디어를 몰래 수집해 ‘비밀 파일’을 만들지 않는다”며 “플랫폼은 지원자가 기업에 제출한 정보와, 기업이 계약을 통해 제공한 데이터만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원자는 자신에 대해 수집된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는 자사 플랫폼의 차별화 요소라고 강조했다. Eightfold는 책임 있는 AI 사용 원칙을 담은 자체 가이드라인도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확산되는 AI 채용 소송,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원고 측 법률대리인은 Eightfold의 마케팅 자료와 특허 문서를 근거로, 해당 AI가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방대한 외부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처럼 불투명한 자동 평가야말로 법이 막고자 했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또 다른 AI 채용 플랫폼 ‘Workday’를 상대로 제기된 집단소송에 이어 나온 것이다. AI가 채용 과정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맡는 가운데, 효율성과 공정성,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법원의 중요한 판단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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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