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등장한 ‘AI 배우’… 기대와 공포 사이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상 배우가 할리우드에 등장하며 영화·광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라는 이름의 이 AI 배우는 실제 인물이 아니지만, 제작진은 그를 차세대 글로벌 스타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배우 노조와 현업 배우들은 강한 우려를 표하는 반면, 일부 제작자들은 비용 절감과 창작 확장의 기회로 보고 있어 논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AI로 탄생한 가상 배우, “글로벌 스타 목표”

틸리 노우드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디지털 캐릭터다. 제작자 엘린 판 더 펠던은 약 2,000차례에 달하는 수정과 실험을 거쳐 감정 표현과 연기를 다듬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이미지·영상·음성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최근 영화와 광고 분야에서 빠르게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판 더 펠던은 “틸리를 전통 영화 산업의 실제 배우를 대체하는 존재로 만들 의도는 없다”며 “AI 장르 안에서 활동하는 새로운 스타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영화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전했다.

배우 노조 “기술은 파도… 우리는 균형 필요”

미국 배우노조(SAG-AFTRA) 회장 숀 애스틴은 틸리에 대해 “아바타나 캐릭터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배우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AI 기술의 공세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며 배우의 이름과 이미지, 초상권을 무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를 강하게 경계했다.

배우노조는 2023년 파업 당시에도 AI 활용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다뤘다. 노조 측은 “창작의 경계를 확장하는 것과 배우를 비용 문제로 배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기술 발전과 노동 보호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광고·방송 현장 확산… 제작비 절감 기대

이미 일부 드라마와 광고에는 AI로 생성된 장면이나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제작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AI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출신 케빈 라일리는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변혁적인 기술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베벌리힐스의 한 스타트업은 AI 기술로 단 며칠 만에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 촬영지 섭외나 대규모 인력이 필요 없고, 무한 반복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기존 방식으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작업을 간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 혁신인가, 인간 대체의 시작인가

AI 배우의 등장은 영화 산업이 맞닥뜨린 새로운 갈림길을 상징한다. 한쪽에서는 “기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선한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AI는 인간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고 맞선다.

결국 관건은 기술이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로 남을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 잡을지에 달려 있다. 할리우드가 맞이한 AI 논쟁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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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