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AI 백과사전’ 공개…“위키피디아의 선전 선동을 걷어낼 것”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자신의 인공지능(AI) 기업 xAI를 통해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맞서는 AI 기반 온라인 백과사전 ‘그록피디아(Grokipedia)’ 를 공식 출범시켰다. 그는 “위키피디아에 퍼진 선전(propaganda)을 걷어내겠다”며 기존 지식 생태계에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
그록피디아는 27일(현지시간) 공개 직후 잠시 서버가 다운될 만큼 접속자가 몰렸다.사이트(grokipedia.com)에는 AI가 자동 작성한 80만 개 이상의 항목 이 수록돼 있으며, 기존 위키피디아의 약 800만 개 인류 작성 항목을 일부 대체하는 구성을 취했다. 이용자는 단순 검색창을 통해 주제별 AI 생성 문서를 열람할 수 있다.
머스크 관련 항목에는 그를 “혁신적 비전가이자 도발적 풍자가 공존하는 인물”로 묘사하면서도, “도넛과 다이어트 콜라를 즐긴다”는 식의 사적 정보까지 포함됐다. 또 경쟁사 오픈AI(OpenAI),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욕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등 정치 인물에 대한 AI 작성 문서도 게재됐다.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지식을 통제하려는 충동은 인류 역사만큼 오래됐다”며 “그록피디아는 그 통제를 깨뜨리는 시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항목은 머스크의 정치적 입장과 일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컨대 성전환 치료에 관한 항목은 “근거가 제한적이고 질이 낮은 연구에 기반한다”고 기술돼 있는데, 이는 트랜스젠더 의료를 지지하는 기존 위키피디아의 서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위터 전 CEO 파라그 아그라왈(Parag Agrawal)에 대한 항목은 머스크가 주장한 ‘봇 통계 축소 논란’을 강조하는 반면, 위키피디아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매사추세츠대 연구원 라이언 맥그레이디(Ryan McGrady)는 “무엇이 쓰이느냐를 통제하는 것은 곧 권력을 쥐는 행위”라며 “AI가 작성한 지식조차 특정 정치적 서사에 흡수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머스크는 올해 초 자신의 제스처 논란이 위키피디아에 “나치식 경례”로 표기된 것에 격분하며 “위키피디아는 좌파 미디어의 확장판”이라 비판했다. 이후 X 플랫폼에서 극우 성향 콘텐츠 제작자들의 계정을 복원하고, 정부 지원 삭감 운동을 주도하는 등 보수 진영의 온라인 여론 허브로서 영향력을 강화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 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위키피디아가 보수 매체를 검열하지 않았다면 머스크가 새 플랫폼을 만들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록피디아가 정보시장 독점을 흔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위키피디아 공동창립자 지미 웨일스(Jimmy Wales)는 “AI가 사실 검증과 균형 잡힌 편집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내부적으로 편향 개선 및 연구 촉진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키미디어재단은 또 “최근 1년 사이 위키피디아를 방문하는 사람 수는 8% 감소했지만, AI 훈련용 데이터 스크래핑은 급증했다”며 “AI 요약이나 챗봇 검색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직접 원문을 탐색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세리나 데켈만(Selena Deckelmann) 재단 CTO는 “사람들은 AI가 요약해 준 정보를 그대로 믿을 수 있지만, 그것이 진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위키피디아의 가치는 언제나 ‘출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그록피디아는 아직 베타 단계임에도, 정보의 신뢰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AI가 작성한 백과사전이 인간이 편집한 지식보다 더 객관적일지, 아니면 또 다른 이념의 반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머스크의 도전은 “지식의 자유”를 외치면서도 정보의 신뢰에 대한 또 하나의 시험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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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