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논문 1년에 100편 넘게?… 학계 “지금 AI 연구는 난장판”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인공지능(AI) 연구 분야에서 한 개인이 1년 동안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주장하면서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주요 국제 학회에만 수십 편이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자, 연구의 질과 심사 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AI 연구가 저품질 논문에 잠식되고 있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해 100편 넘는 논문… “의미 있는 기여 가능했나”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미국 UC버클리에서 컴퓨터공학 학사 과정을 마친 케빈 주다. 그는 올해 113편의 AI 관련 논문을 작성했으며, 이 중 89편이 세계적 AI·머신러닝 학회인 뉴립스(NeurIPS)에서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문 주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유목민 위치 추적, 피부 병변 평가, 인도네시아 방언 번역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UC버클리 컴퓨터공학 교수인 하니 파리드는 이를 두고 “재앙 수준”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른바 ‘바이브 코딩’(AI 도구를 활용해 빠르게 코드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AI 도구를 활용해 양산된 결과물일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학회는 논문 홍수… 심사 체계 ‘과부하’

문제는 개인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AI 학회에는 논문이 폭증하고 있다. 뉴립스는 올해 2만 1천 편이 넘는 논문을 접수했는데, 2020년의 두 배 이상이다. 또 다른 주요 학회인 ICLR(국제학습표현학회) 역시 제출 논문 수가 1년 새 70% 가까이 늘었다.

AI 분야는 화학·생물학처럼 수개월에 걸친 엄격한 동료 심사 대신, 학회 중심의 비교적 빠른 심사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에 수십 편을 검토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논문 심사에 AI를 활용하다가 존재하지 않는 참고문헌이 생성되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출판 실적 경쟁… “양이 질을 압도”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으로 ‘출판 실적 중심’의 학계 문화를 꼽는다. 논문 수가 곧 경쟁력으로 여겨지면서, 학생과 연구자들이 단기간에 많은 논문을 쏟아내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버지니아텍의 제프리 월링 교수는 “학계는 질보다 양을 보상한다”며 “초생산성에 대한 신화가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케빈 주가 운영하는 AI 연구·멘토링 기업 ‘알고버스(Algoverse)’는 고등학생과 학부생을 대상으로 12주 온라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논문 제출을 지원한다. 프로그램 비용은 3,325달러다. 회사 측은 “연구 성과와 학회 발표 경력이 대학 입시나 이력서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전문가들 “지금 AI 연구는 혼탁 상태”

물론 AI 분야에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도 계속 나오고 있다. 2017년 뉴립스에서 발표된 구글의 ‘Attention Is All You Need’ 논문은 오늘날 챗GPT 등 생성형 AI의 기반이 된 ‘트랜스포머’ 구조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논문 홍수 속에서 무엇이 진짜 중요한 연구인지 가려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파리드 교수는 “지금은 제대로 된 연구를 하려는 사람이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라며 “평범한 독자는 물론 전문가조차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AI 연구 진입을 신중히 고려하라고 조언하며 “지금의 상황은 명백히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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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