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시선/SFS 2026에 맞춰]AI가 국가와 정치의 실제 주인이 될 것인가?
AI와 초거대 혁명?
지구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특이점에 대면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인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인간지능을 뛰어넘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날 뿐만 아니라 ‘뛰어남’을 스스로 ‘뛰어넘는’ 진화가 가속화되는 지능이다. 인류가 경험했던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통신혁명의 물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거대 혁명을 몰고 올 것이라는 AI 미래 담론들이 쏟아진다. AI가 과거, 현재, 미래 인간의 모든 지능과 그의 산물들을 연결하고 합친 것보다 더 크고 뛰어난 지능을 갖는 수준을 넘어 인간처럼 감각하고 느끼며 생각하고 창조하는 ‘초인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커지고 있다. AI가 ‘문명사적 대전환’이나 ‘문명 생태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며,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가, 정치, 경제, 사회 담론들이 폭증하고 있다.
AI 급류에서 자유로운 국가나 기업, 개인은 그리 많지 않다. AI의 수용과 활용은 국가나 개인의 선택 문제도 아니다. AI의 진화와 더 뛰어난 AI 개발을 둘러싼 엄청난 자본 투자와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AI 강국’이라는 국가 발전의 슬로건을 내세우는 정치 집단이 미래의 대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AI에 대한 무관심이나 이를 부차시하는 기업이나 정치 세력은 ‘패배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구인들은 매일 자본과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관찰하고 있으며, 빅테크 기업의 핵심 인물들은 대중스타처럼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AI 지구’의 창조자로 인정받으며, 개인들은 지구의 미래 자체가 십수 개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NVIDIA, Google, Microsoft, Apple, Amazon, Alphabet, Anthropic, Meta, Broadcom, X, Tesla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이름이 빠져있는 국제뉴스를 보는 날이 드물다. 지금 지구인들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한 ‘초거대 혁명’에 기반한 미래를 향해 장대한 항해를 함께 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AI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는 누구인가?
컴퓨터와 컴퓨터,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데이터와 데이터를 촘촘하게 연결해왔던 정보통신 혁명은 AI의 부모이다. 하지만 모든 기술은 그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제한없이 갈 수는 없다. 컴퓨터, 사람, 데이터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 환경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한다. AI 또한 빅테크 기업의 순수한 도전의 산물이 아니다. AI의 탄생과 성장은 국가의 법·제도와 정치, 자본과 사회적 동의의 결합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AI의 미래는 AI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오히려 AI의 미래는 수많은 집단들의 이해관계와 조정, 충돌과 동의의 과정에 달려 있다. 그래서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떤 AI를 개발하고 확산하며, 인간들은 그러한 AI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의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것이 된다. ‘정치적인 것’으로서 AI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AI에 대한 철학과 태도, AI에 대한 수용과 규제, AI와 관련된 법과 제도, AI 기술 진화에 대한 통제 혹은 비통제, AI와 국가, AI와 권력, AI와 감시체계, AI와 프라이버시, AI와 범죄, AI와 전쟁, AI와 가짜뉴스, AI와 인간 노동, AI와 계급질서, AI와 불평등 등 모든 문제들이 ‘정치적인 것’이다. 앞으로도 더욱더 민감하고 뜨거운 ‘정치’로서의 AI의 운명은 기업이나 개인들의 손에 달려 있지 않다. 오히려 AI의 운명은 특정 국가와 정치 세력, 그리고 빅테크 기업들의 삼각연합의 손에 달려 있다.
이미 미국을 축으로 한 자유주의 자본 국가들은 AI 기술 진화와 함께 새로운 AI 자본주의를 주도하며, AI 자본주의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국가 단위를 넘어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컴퓨터와 컴퓨터,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데이터와 데이터를 촘촘하게 연결해왔던 자유주의 자본 국가 특히, 미국의 1차 승리이다. 앞으로도 미국과 미국 내 AI 전면화를 지지하는 정치 세력, 미국 빅테크 기업과 AI의 생존 필수품들(물, 에너지, 반도체, 데이터센터)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승리가 계속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AI, 결국 인간에 대한 고민이다
AI 국가-정치-기업의 삼각연합은 다양하게 형성될 것이다. 하지만 이 연합이 지향하는 방향은 유사할 것이다. AI 기술을 끊임없이 진화시키고, 국가, 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이 AI의 진화를 위한 거대한 실험실이 될 것이다. 또 전쟁, 안보, 치안, 의료, 교육, 언론, 예술, 오락 등 모든 차원에서 AI가 실질적인 주인이 될 것이다. 이제 각 국가와 정치 집단, 기업들은 ‘속도’와 ‘화폐’ 전쟁을 벌여야 한다. 누가 더 빠르게,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AI를 진화시킬 것인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지구는 더 빠르고 빈틈없이 AI로 연결될 것이다. AI 자본주의 체제의 외부에 머무를 수 있는 국가나 개인들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세계화(globalization)을 넘어 ‘초세계화(hyper-globaliztion)’라는 국제질서를 대면하고 있다.
개별 국가나 정치 집단들은 이제 ‘초세계화’라는 국제질서 속에서 경쟁하고 생존해야 한다. AI 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속도와 에너지, 반규제와 자본의 집중이라는 조건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판과 저항을 최소화하며 전 사회를 AI의 실험실로 만들어야 한다. 반면에 노동 보호나 환경 보호, 기후위기 대응, 인간의 인권이나 민주주의, 지구적 공존이나 평화와 같은 가치들을 점점 더 뒤로 밀어내야 한다. AI 빅테크 기업들을 위한 최고의 혜택들을 준비해야 하며, 이들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들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침묵해야 한다. AI 기술 기업들의 전 세계적 차원의 권력은 비대해지고, 이에 대한 국가적 통제력은 계속 약화될 것이다.
AI 기술과 기업을 찬양하는 신화적 서사들은 늘어난다. 이들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며, 인간의 노동시간을 줄여 더 많은 휴식을 선물하되 일자리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모든 인간의 삶을 더 편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신화적 서사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AI 기술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나 패권 국가들이 독점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 컴퓨팅과 전 지구적으로 방대한 데이터, 반도체와 AI 모델은 극히 일부 국가와 기업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AI 자본주의의 독과점과 집중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20세기 산업자본주의를 보다 안전하게 지탱했던 규칙들은 무력화되고 있다. AI 기업의 손을 잡은 국가와 정치권력은 AI 시스템 내부로 모든 것을 통합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자유주의 국가 체제이든, 권위주의 국가 체제이든 AI 시스템 바깥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국가 주도 AI 지원 전략에 몰입하고 있다.
AI 빅테크 기업에 의존하거나 이들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국가와 정치는 인간 자체에 대해 사유하기를 멈출 것이다. 국가와 정치가 AI 기술과 AI 시스템이 구축하는 사회에 대해 사고하거나 이를 통제할 능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AI 기술이나 기업에 대해 공공적 통제 기준들을 만드려는 유럽 같은 경우에 대해서도 ‘바보’ 같다는 태도가 주를 이룬다. AI 기업화된 국가와 정치, 국가와 정치를 이끄는 AI 기업들이 곧 국가처럼 행동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AI는 기술의 문제를 넘어 AI 거대기술기업이 국가와 정치를 대신하게 되었을 때, 인간의 삶이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낳는다. AI 거대기술기업이 쌓아 올리는 거대한 AI 시스템 속 인간의 실제 주인은 누구인가를 질문하지 않는 AI 대서사들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AI에 대한 질문은 결국 인간에 대한 고민이다.
이영주/yjlee@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