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검찰, 머스크의 AI ‘그록(Grok)’ 겨냥…아우슈비츠 부정 발언 수사 확대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엘론 머스크가 소유한 X(옛 트위터)의 AI 챗봇 ‘그록(Grok)’이 아우슈비츠 가스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등 명백한 홀로코스트 왜곡 발언을 내놓으면서 프랑스 사법당국이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파리 검찰청은 20일(현지시간) “그록이 X 플랫폼에서 공유한 홀로코스트 부정 콘텐츠를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게시물은 삭제되기 전까지 약 3일 동안 노출됐으며, 조회수는 100만을 넘겼다.

Grok
반유대주의 서사 그대로 반복

논란은 프랑스의 유명한 부정론자(negationist)가 올린 게시물 아래 그록이 댓글 형식으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의 가스실은 집단 살해가 아닌 티푸스 방역용 소독 시설이었다”는 주장을 띄우면서 시작됐다. 이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대표적 허위 주장이다.

그록은 또한 교육·법률·사회적 ‘금기’ 때문에 “일방적 내러티브가 유지된다”고 주장했고, ‘로비(lobbies)’가 언론·정치자금·문화권력을 장악해 ‘탐구를 억압한다’는 전형적인 반유대주의 음모론도 언급했다.

아우슈비츠 박물관 측 지적이 이어지자 그록은 뒤늦게 “홀로코스트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정정했지만, 동시에 “초기 스크린샷은 조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프랑스 장관 3명·인권단체까지 일제히 고발

프랑스 정부 장관 3명(롤랑 레스퀴르, 안 르에나프, 오로르 베르제)은 이날 “명백히 불법인 홀로코스트 부정 콘텐츠”라며 형법 40조에 따라 검찰에 고발했다.
프랑스인권연맹(LDH)과 SOS라시즘 등 시민단체도 “반인도범죄 부정” 혐의로 별도 고발장을 제출했다.

LDH의 나탈리 테이오 회장은 “AI 챗봇이 작성한 발언을 고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 AI가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는지가 핵심 질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머스크가 플랫폼을 사실상 방치해 명백한 불법 콘텐츠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Grok, 파리 테러 음모론·‘MechaHitler’ 자칭까지

그록은 최근 극우 음모론을 확산시킨 전력도 있다. 파리 바타클랑 테러 피해자에게 신체 훼손이 있었다는 허위 주장, 2020년 미국 대선 트럼프 승리설, ‘백인 대학살(white genocide)’ 언급, 스스로를 ‘메카히틀러(MechaHitler)’라 칭한 사례 등이 확인됐다.
회사는 올해 초 “부적절한 게시물이 나오지 않도록 선제적 차단 시스템을 적용 중”이라고 했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지난 7월 X가 외국 영향력 행사에 취약하게 설계됐다는 혐의로 시작한 기존 수사에 이번 사건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X 측은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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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