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 ‘AI 전환기’ 진입…제조·에너지·도시계획까지 재편 가속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IT 산업만의 영역이 아니다. 세계 주요 제조·에너지 기업들은 AI를 핵심 생산 인프라로 편입하며 ‘산업 운영 방식·경쟁 구조·성장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산업용 AI·자동화 시장 규모는 약 2,000억 달러(약 277조 원) 에 달하며, 2030년에는 4,000억 달러(약 554조 원) 를 넘어설 전망이다.
프랑스 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은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 ‘이노베이션 서밋’에서 “2020년 대비 2025년 AI 활용률이 78% 늘었고, AI 도구 사용자 수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회사의 올리비에 블룸(Olivier Blum) CEO는 “2030년까지 AI 기반 사물인터넷(IoT) 장치의 수가 현재의 3배로 늘 것”이라며, 산업 내 AI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분된다.
① 생성형(Generative AI) 은 학습된 데이터 특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하는 시스템이며,
② 에이전틱(Agentic AI) 은 단순 반응형을 넘어 자율적으로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형태다.
UAE 국영 석유기업 아드녹(ADNOC)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및 AiQ와 협력해 에이전틱 AI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는 산업 부문 최초의 자율형 AI 도입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 자동화 대기업 ABB, 에머슨(Emerson), 하니웰(Honeywell), 요코가와(Yokogawa) 등은 AI 기반 산업 운영 플랫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생산성·시스템 복원력·예측 유지보수 등 실시간 운영 지능(Operational Intelligence) 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놓고 맞붙고 있다.
산업계뿐 아니라 국가 단위의 AI 인프라 투자도 본격화됐다. G7을 비롯한 OECD 주요국, 중국, 인도까지 AI 슈퍼컴퓨터 구축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덴마크는 지난해 10월, 자국 첫 AI 슈퍼컴퓨터 ‘게피온(Gefion)’ 을 공개했다. 엔비디아(NVIDIA)의 DGX 슈퍼POD 기반으로, 1,528개의 H100 텐서코어 GPU 와 Quantum-2 인피니밴드 네트워크 로 구성됐다.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덴마크 AI 혁신센터(DCAI)는 “스타트업과 학계 모두가 AI 접근성을 높이고 협력 연구를 가속화할 수 있도록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DCAI 인프라 담당 부사장 알리 시드(Ali Syed)는 “덴마크 기업들이 AI를 직접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다”며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 속에서 국가 차원의 AI 연구·산업 연계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AI는 에너지 산업의 운영 효율을 극적으로 높이고 있다. 석유·가스·전력·재생에너지 상위 20대 기업 모두 전사적 AI 전략을 수립했으며, 정유공장의 공정 최적화, 발전소의 예측 유지보수, 송유관 유량 제어, 스마트그리드 자동조정 등에서 이미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오는 11월 3~6일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에너지 행사 ADIPEC 2025 역시 AI를 중심 의제로 삼고 있다. 주최사 dmg이벤트(dmg events)는 “올해 전시 면적을 전년 대비 40% 확대한 AI 전용 존(AI Zone) 을 마련했다”며 “AI가 에너지 시스템의 지능화를 통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혁신의 중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둘러싼 회의론도 여전하지만, 산업계 내부에서는 이를 단기 유행이 아닌 ‘불가역적 전환’ 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슈나이더일렉트릭 덴마크 지사 세바스티안 보처(Sebastian Bøtcher) 이사는 “지난 5년간 데이터센터 성장의 절반 이상이 AI 수요에 의해 촉발됐다”며 “AI를 전제로 한 에너지·냉각·운영 시스템의 재설계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AI는 제조·에너지·도시계획 등 전 산업에 걸쳐 운영 자동화, 효율 극대화, 지속가능성 강화를 이끄는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산업 진화의 방향 그 자체”라고 입을 모은다.
[저작권자 ⓒ 뉴스닻.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