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합성 레시피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이 과학자들의 신소재 합성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실제로 만들기 어려웠던 복잡한 소재들을, 이제는 AI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까지 제안하기 시작했다.
미국 MIT 연구진은 최근 DiffSyn이라는 AI 모델을 개발해,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합성하기 위한 유망한 공정 경로를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게재됐다.
실험실의 가장 큰 병목,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금까지 생성형 AI는 수백만 개의 가상 신소재 후보를 만들어내는 데 활용돼 왔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였다.
실제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도, 반응 시간, 재료 비율 등 수많은 조건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고, 작은 차이만으로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MIT 재료공학 박사과정 연구원인 엘튼 판(Elton Pan)은 이를 요리에 비유했다.
“어떤 케이크를 만들고 싶은지는 알고 있지만, 어떻게 구워야 하는지는 모르는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소재 합성은 오랜 경험과 반복 실험에 크게 의존해 왔다.
확산 모델로 ‘합성 레시피’를 생성하다
DiffSyn은 지난 50년간 발표된 약 2만3천 건의 소재 합성 실험 데이터를 학습했다. 이 모델은 확산 모델(diffusion model)이라는 생성형 AI 기법을 사용한다.
이는 이미지 생성 AI가 무작위 노이즈에서 점점 의미 있는 그림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유사하게, 무작위 조합에서 점차 현실적인 합성 경로를 찾아낸다.
연구자가 원하는 소재 구조를 입력하면, DiffSyn은 반응 온도, 시간, 전구체 비율 등 다양한 합성 조건 조합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이 소재를 만들려면 이런 방식으로 실험해보라”는 출발점을 제공하는 셈이다.
복잡한 제올라이트 합성에서 성과 입증
연구진은 DiffSyn을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복잡한 다공성 물질에 적용했다. 제올라이트는 촉매, 가스 흡착, 이온 교환 등에 쓰이지만, 합성 과정이 복잡하고 결정화에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린다.
DiffSyn이 제안한 합성 경로를 따라 실험한 결과, 연구진은 기존보다 열 안정성이 향상된 새로운 제올라이트 소재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하나씩 실험해야 할 합성 조건을, AI는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수백~수천 개 제안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하나의 정답’에서 ‘여러 가능한 경로’로
기존의 머신러닝 기반 합성 예측은 보통 “이 소재 → 이 레시피”라는 일대일 대응에 머물렀다. DiffSyn은 한 소재에 대해 여러 가능한 합성 경로를 동시에 제시한다는 점에서 실제 실험 환경에 더 가깝다.
연구진은 이 접근법이 제올라이트뿐 아니라 금속-유기 골격체(MOF), 무기 고체 등 다양한 신소재 개발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AI가 실제 자동화 실험 장비와 연결돼, 신소재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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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