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유지하되 통제는 강화…중국식 AI 패권 전략의 딜레마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밀어붙이면서도, 동시에 강력한 규제 틀 안에 묶어두는 이중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가되, 통제하라”는 베이징의 접근법이 중국 AI 산업의 구조를 규정하고 있다는 평가다.
AI는 ‘시대 전환’…그러나 통제 불가도 용납 안 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1월 공산당 고위 간부 학습 회의에서 AI를 증기기관·전기·인터넷에 비견되는 “시대적 기술 혁명”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그는 AI가 “통제 불능 상태로 흘러가선 안 된다”며 조기 개입과 예방적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AI를 향후 10년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와, 사회 안정 및 공산당 통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기술적 위험을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빠른 개발 요구받는 기업들…규제 부담은 눈덩이
이 같은 기조는 중국 AI 기업들에 모순된 과제를 안긴다. 속도전에서 미국을 따라잡으라는 압박과 함께, 세계 주요국 가운데서도 가장 복잡한 규제 체계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가 AI 스타트업 즈푸(Zhipu AI)다. 이 회사는 최근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며 “6개 이상 AI 관련 규제를 동시에 준수해야 하는 부담”을 투자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규정에 따라 기업은 정부가 불법으로 간주한 정보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며, 규제 해석에 따라 언제든 법적·재무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정보 통제 중심의 중국식 규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AI 규제가 안전성보다 ‘정보 통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AI 법이 대규모 인명 피해나 통제 상실 가능성을 상정한 반면, 중국 규제는 알고리즘 공개, 여론 영향 관리, 데이터 검열에 초점을 둔다.
중국 IT 기업들은 2022년부터 추천 알고리즘 구조를 정부에 신고해야 했고, 여론 파급력이 클수록 감독도 강화된다. 다만 중국 당국은 혁신 저해를 우려해 ‘강행 규제’는 피하려는 태도도 보인다. 실제로 생성형 AI 초안 규제 중 일부는 업계 반발 이후 완화돼 최종 시행됐다.
성장 둔화 속 AI 의존 심화…균형 시험대
자율주행, 동반자 챗봇 같은 분야에서는 최근 규제 당국의 신중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샤오미의 보조주행 차량 사고 이후 자율주행 승인 절차는 지연됐고, 인간 유사 상호작용 AI에는 “사회적 관계 대체 금지” 같은 조항이 추가로 검토되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 둔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AI는 베이징이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딥시크, 알리바바, 즈푸 등의 성과 이후 지방정부까지 AI 도입 경쟁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성장이 곧 정당성인 중국 체제에서, AI 규제는 혁신을 막지 않는 선에서 조율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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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