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만에 100만 다운로드”…오픈AI ‘소라(Sora)’ 확산, 온라인 신뢰 붕괴 촉발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오픈AI(OpenAI)가 내놓은 초현실 영상 생성 앱 ‘소라(Sora)’가 출시 직후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온라인에서 ‘무엇이 진짜인가’를 둘러싼 신뢰 위기를 키우고 있다. 소라는 9월 30일 공개된 뒤 수일 내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고 미국 앱스토어 상위권에 올랐다. 현재는 미국 iOS에서 초대 코드 기반으로만 이용할 수 있지만, 이용자들이 만든 영상은 즉시 다른 소셜 플랫폼으로 퍼지고 있다.
소라는 사용자가 얼굴을 스캔하고 짧은 음성 시그니처를 등록한 뒤,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10초 분량의 초현실(하이퍼리얼)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배경음, 대사, 카메라워크까지 그럴듯하게 구현되며, ‘Cameos’ 기능을 통해 자신의 얼굴이나 친구 얼굴을 기존 클립 위에 합성할 수도 있다. 앱 내에서 생성되는 영상은 전부 AI 합성물이며 실제 촬영 영상은 업로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소라의 영상 피드를 넘기다 보면 마이클 잭슨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프레데터’ 외계인이 맥도날드에서 버거를 굽고, 순찰 카메라가 무스(사슴류)가 유리문을 들이받는 장면을 잡아낸다. 심지어 엘리자베스 여왕이 펍 테이블 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현실과 황당함이 뒤섞인 이 ‘멀티버스 감각’은 강력한 중독성을 주지만, 동시에 “이게 실제 촬영인지, 합성인지”에 대한 감각 자체를 흐리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샘 그레고리(Sam Gregory) 인권 단체 위트니스(WITNESS) 책임자는 “소라의 가장 큰 위험은 단일 영상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에 안개를 끼우는 효과”라며 “결국은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한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출시 직후 가장 큰 반발은 ‘동의 없는 얼굴 사용’에서 터졌다. 이용자들은 ‘스폰지밥’, ‘사우스 파크’, ‘브레이킹 배드’ 등 저작권 캐릭터를 그대로 재현하거나, 1990년대 TV쇼와 게임쇼의 스타일을 복제한 숏폼 영상을 양산했다. 더 나아가 투팍 샤커(Tupac Shakur)가 쿠바 거리를 걷는 영상, 마틴 루서 킹 주니어(Dr. Martin Luther King Jr.)의 연설을 임의로 뒤틀어 특정 인물을 두둔하게 만든 영상, 마이클 잭슨과 히틀러가 한 화면에 등장하는 영상까지 등장했다. 로빈 윌리엄스의 딸 젤다 윌리엄스는 “아버지 얼굴을 이용한 AI 영상 보내지 말라”며 “이건 예술이 아니라, 사람의 인생과 유산을 갈아 넣은 정크푸드”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미스터 로저스’로 알려진 아동 프로그램 진행자 프레드 로저스의 유족 측도 문제를 제기했다. 프레드 로저스 프로덕션은 “총을 들거나 래퍼 투팍과 교류하는 등 캐릭터와 전혀 맞지 않는 합성 영상이 퍼지고 있어 유족이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로저스의 목소리와 얼굴을 소라에서 차단할 것을 오픈AI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런 반발은 곧바로 할리우드의 법적·산업적 갈등으로 번졌다. 배우노조와 대형 에이전시(SAG-AFTRA, WME 등)는 “배우·캐릭터의 초상과 목소리는 자산이며, 무단 사용은 허용할 수 없다”며 보상과 사전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오픈AI는 이후 입장을 바꿔 “권리자가 명시적으로 ‘옵트인(opt-in)’하는 경우에만 해당 캐릭터 재현을 허용하고, 수익 배분 방식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초기엔 ‘옵트아웃(opt-out)’ 구조였던 것을 사실상 뒤집은 셈이다.

소라에서 생성된 영상에는 식별 워터마크가 기본적으로 삽입된다. 하지만 이미 다수 웹사이트가 “워터마크 제거”를 내세우며 2차 유통을 돕고 있고, 소라 영상은 X,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기존 SNS로 확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합성임을 알리는 안전장치가 플랫폼 밖에 나가면 사실상 무력화되는 셈이다.
이와 동시에, 일반 이용자 얼굴을 타인의 영상에 끼워 넣는 ‘Cameos’ 기능은 개인 단위의 신분 오남용 리스크도 키운다. 전문가들은 “유명인만 보호”되는 식의 대응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누구든 모욕적 상황이나 조작된 정치적 메시지에 끌려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이미 제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일부 주 정부와 연예 산업 단체들은 AI가 초상권·저작권·명예권을 침해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차단·보상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유명 인물 및 역사적 인물의 초상 재현을 둘러싼 안전장치 마련 요구가 커졌고, 일부 에이전시는 소속 배우 전원을 ‘소라에서의 자동 사용 금지’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한편으로 인터넷은 ‘AI 슬롭(AI slop)’이라 불리는 저품질·과잉 자극 영상으로 넘쳐나고 있다. 예컨대 가정용 보안 카메라 각도처럼 보이는 합성 영상에서 할머니가 악어를 쫓아내는 장면, 비만 참가자들이 장대높이뛰기·수영 등 ‘가짜 올림픽’을 벌이는 조롱성 클립 등이 연쇄 복제되며 조회 수를 끌어모으는 전용 계정까지 생겼다. 어떤 기술 평론가는 이를 “성인용 코코멜론(Cocomelon for adults)”이라고 부르며, 알고리즘형 중독 콘텐츠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해석했다.
결국 소라는 “누구나 10초 만에 그럴듯한 증거 영상을 만든다”는 가능성을 대중화했다. 이는 악의적 딥페이크나 선전물뿐 아니라, 실제 사건 증거마저 “AI 합성 아니냐”는 식으로 부정할 수 있는 여지를 키운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WITNESS 측은 “시위 장면을 조작하거나 허위 학살 영상을 만들어 여론을 뒤흔들 수 있고, 반대로 진짜 증거도 ‘AI일 뿐’이라며 부인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AI가 만든 초현실 영상은 ‘개인의 얼굴’과 ‘공적 서사’ 모두를 동시에 뒤흔들고 있다. 신뢰 그 자체가 타깃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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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