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폭증이 부른 역설…천연가스의 시대가 다시 온다

[서울=뉴스닻] 김 크리스 기자 = AI가 친환경 전환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인공지능 확산의 첫 번째 에너지 효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의 가치가 급격히 부각되고 있다. 그 중심에 천연가스가 있다.

AI 시대, 전력 수요의 성격이 바뀌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24시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수요가 간헐적이지 않고 ‘항상 켜져 있어야 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잠시 멈출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력망에서는 언제든 출력 조절이 가능한 ‘기저·조정 전원’이 중요해지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날씨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의 한계,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가스

배터리 저장 기술과 원자력은 장기적으로 해법이 될 수 있지만, 당장 대규모로 확충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이다. 반면 천연가스 발전은 건설 기간이 짧고, 필요할 때 즉각 가동할 수 있으며, 기존 가스관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가스 발전을 ‘안전판’처럼 병행하는 전략이 늘고 있다. 그 결과 AI 확산은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 전환과 탈탄소의 복잡한 관계

AI가 전기화를 가속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탈탄소 흐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력 수요 증가 속도가 청정에너지 공급 확대를 앞질러 버리면, 전체 배출량은 늘고 ‘탄소 집약도’만 서서히 낮아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시스템은 이상이나 구호보다 공학적 현실과 경제성에 따라 움직인다. 지금 이 순간, AI 붐이 만든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천연가스다.

투자자들이 놓치고 있는 시그널

AI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의 이야기로만 볼 수 없다. 전력망, 발전소, 가스 생산과 수송 인프라까지 포함한 거대한 산업 재편의 출발점이다. 전력회사, 가스 생산업체, 발전 설비 기업들이 AI 시대의 ‘숨은 수혜자’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서, 가장 오래된 에너지원 중 하나가 예상보다 오래 무대에 남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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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크리스 기자 (chris@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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