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새로운 ‘닷컴 버블’ 될까…과열된 투자열기 속 불안한 기류

글로벌 투자자 “AI 주식은 이미 거품 영역 진입” 54%…정부·기업 대응 분주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열기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AI가 제2의 닷컴 버블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펀드매니저의 54%가 “AI 관련 주식은 이미 거품 단계에 진입했다”고 답했다. 반면 38%는 “여전히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Prompt : AI, Dot-com bubble
“AI, 인터넷 초창기와 닮았다”

시스코(Cisco)의 아시아태평양·일본·중국(APJC) 지역 총괄 벤 도슨(Ben Dawson) 사장은 최근 열린 ‘AI 리디니스 인덱스 2025’ 미디어 간담회에서 “현재 AI 산업의 과열 양상은 1990년대 인터넷 초기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규모 기술 변화는 항상 초기의 과도한 낙관과 투자, 그리고 조정기를 거쳐 장기적 가치로 안착한다”며 “AI 역시 일부 프로젝트는 사라질지라도 산업과 사회 전반의 변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rompt : AI and Poliy
정부 정책도 AI 흐름에 ‘속도전’

정부의 정책 방향 또한 AI 버블 논의의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미국은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 AI를 ‘국가 경쟁력’과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민간 혁신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정책을 펼쳐왔다.

중국은 국유 자본을 중심으로 자국 AI 생태계에 집중 투자하며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반면 유럽은 규제 중심 접근을 취해왔으나, 최근에는 ‘AI 컨티넨트 액션 플랜(AI Continent Action Plan)’과 10억 유로 규모의 ‘Apply AI 펀드’를 조성하며 산업 육성 쪽으로 기조를 전환했다.

한편, 벤처캐피털과 국부펀드들은 아직 본격적인 수요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규모 선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닷컴 버블 시기처럼 인프라 과잉 투자로 인한 ‘유령 자산’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이먼 미첼리 (Simon Miceli), Cisco
(사진 출처: 링크드인)
“AI 인프라 투자, 거품 아닌 기반 구축”

AI 인프라 구축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에 대해, 시스코 클라우드·AI 인프라 총괄 사이먼 미첼리(Simon Miceli)는 “지금은 과잉이 아니라, 산업화를 위한 필수적인 대규모 확장 시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AI 수요가 오늘 당장은 완전하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폭발적 확산을 대비해야 한다”며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연산 수요가 현재의 투자를 정당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Prompt : Investor's Different views of Artificial Intelligence , 3D style
투자자 사이 엇갈린 시선

투자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의 브라이언 여(Bryan Yeo) 최고투자책임자는 “초기 AI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실제 매출 대비 지나치게 높다”며 “일부 기업은 정당화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혁신이 폭발하는 시기에는 옥석 가리기가 어렵지만, 버블 이후에도 남는 건 결국 진짜 기술”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 조셉 브릭스는 “AI 투자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며, 승자는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 올리비에 구랑샤스(Pierre-Olivier Gourinchas) 역시 “AI 투자가 부채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버블이 꺼져도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사이클은 있어도 붕괴는 없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AI 산업이 단기 거품 구간을 거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를 바꿀 핵심 기술로 남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시스코의 벤 도슨 사장은 “모든 기술 혁신은 과열, 조정, 안정의 순환을 거친다”며 “AI 역시 조정은 있을지언정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AI가 지속 가능한 산업인가’가 아니라, ‘누가 그 과열기를 버텨내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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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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