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불이 나기 전에 막을 수 있을까: 전력망의 ‘보이지 않는 위험’을 밝히려는 새로운 기술들

[서울=뉴스닻] 김 크리스 기자 = 산불 대응은 그동안 정기적인 설비 점검이나 대규모 정전 같은 다소 거친 방식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력회사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보다 정밀한 예방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핵심은 “어디를 먼저 점검해야 하는가”를 AI가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위성 영상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결합해 나무 높이, 전선 접근 여부, 고사목과 건조 식생 분포 등을 분석하고, 불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우선순위로 제시한다. 이는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전선과 식생의 접촉을 줄이기 위한 접근이다.

위성·영상 분석으로 불씨를 줄이다

이러한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들은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기반으로 전력망 주변 환경을 지도처럼 시각화한다. 기존의 도보 점검이나 헬기 조사보다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든다. 실제로 일부 전력회사는 AI 기반 식생 관리 도입 이후, 특정 해에 식생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화재 발생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기술은 실시간 감시는 아니며, 예측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따르기 때문에 최종 판단과 조치는 현장 인력이 맡는다. AI는 결정을 대신하기보다, 사람의 눈과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에 가깝다.

연기부터 잡아내는 ‘AI 감시 카메라’

또 다른 축은 산불을 조기에 발견하는 AI 감시 기술이다. 360도로 회전하는 카메라가 연기나 열 신호를 감지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경보 후보로 분류한다. 이후 전문가가 실제 화재인지 확인한 뒤 소방 당국과 전력회사에 즉시 알린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시스템이 시민의 911 신고보다 10~20분 이상 빠르게 화재를 포착한 사례도 보고됐다. 초기 대응이 빨라질수록 화재 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커진다. 다만 카메라 설치 지역에 한정된다는 점과, 연기가 시야에 들어와야 감지가 가능하다는 물리적 한계는 남아 있다.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 예방 기술

AI를 활용한 산불 예방 기술은 아직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상시화되는 산불 위험 속에서,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공통된 원칙은 ‘사람이 중심’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위험을 드러내지만, 최종 책임과 판단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기술이 산불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더라도, 불이 커지기 전에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은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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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크리스 기자 (chris@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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