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슈퍼볼 광고의 ‘승부표’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미국 슈퍼볼 광고의 성패를 가르는 대표적 지표였던 USA투데이 ‘애드 미터(Ad Meter)’는 30년 넘게 패널 점수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실제 검색량, 온라인 언급, 구매 행동과는 오히려 반대로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가 누적돼 왔다. 웃겼는지, 기억에 남았는지를 묻는 점수는 남지만, 실제로 브랜드를 찾거나 제품을 사게 만들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다. 광고 효과를 둘러싼 불신이 커진 이유다.

AI가 실시간으로 여론을 읽기 시작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X(옛 트위터)가 도입한 AI 기반 광고 순위 시스템 ‘브랜드랭크스(BrandRanx)’다. 이 시스템은 생성형 AI인 ‘그록(Grok)’을 활용해 슈퍼볼 중계와 동시에 올라오는 게시글, 댓글, 공유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단순 설문이 아니라 수백만 명이 자연스럽게 남긴 표현을 토대로 ‘가장 많이 언급된 광고’, ‘가장 호평받은 광고’, ‘가장 많이 공유된 광고’, ‘TV 광고 없이 가장 화제를 만든 브랜드’ 등을 초 단위로 집계한다. 플랫폼 측은 “사람들이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는지를 AI가 읽는다”는 점을 가장 큰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광고 예산의 흐름을 바꿀 변수

특히 주목받는 항목은 TV 광고를 사지 않고도 화제를 만든 브랜드를 따로 집계하는 부문이다. 30초에 평균 800만 달러를 넘는 슈퍼볼 광고비를 쓰지 않고도 비슷한 파급력을 만들 수 있다는 데이터가 쌓일 경우, 방송 중심의 광고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AI 기업들의 경쟁 구도, 유명인 중심의 유머 광고,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경기 시작 전부터 온라인 반응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광고 성과를 ‘사후 평가’가 아닌 ‘실시간 전략 정보’로 바꾸는 흐름을 보여준다.

광고의 승자는 누가 정하는가

전문가들은 AI 기반 실시간 분석이 모든 것을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본다. 대화량이 많다고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반응 속도, 타깃 고객의 실제 참여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도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결국 슈퍼볼 광고의 경쟁은 브랜드 간 싸움이 아니라, 어떤 지표가 ‘승리’를 정의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AI가 그 점수를 매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광고 산업 전반에 던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저작권자 ⓒ 뉴스닻.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

Newsletter
디지털 시대, 새로운 정보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