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이미 대체 중”…경제학자들 “충격은 이제 시작”

금융·자동차·유통 전방위 확산…“입문직·코딩·고객지원 직군 타격 커”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생성형 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주요 산업 전반에서 조직 슬림화와 역할 재편이 현실화되고 있다. JPMorgan과 골드만삭스는 AI로 채용 축소를 예고했고, 포드의 짐 팔리(Jim Farley) CEO는 “화이트칼라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회사 업무의 최대 50%를 이미 AI가 수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 CEO도 “AI는 사실상 모든 직무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로 촉발된 AI 열풍은 고객지원·마케팅·코딩·콘텐츠 제작 등 엔터프라이즈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노동자의 6~7%**가 AI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스탠퍼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은 ADP 고용 데이터를 분석해 AI 노출 직군의 입문직 채용이 대형 언어모델 확산 이후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개발·고객 서비스·사무 보조가 현재 가장 취약한 영역으로 꼽혔다.

“AI 충격은 장기전…물리직종은 방호”

가드 레바논(Gad Levanon) 버닝글래스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에 수십 년 단위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AI는 단기 기술 혁신이 아닌 장기 진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스탠퍼드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는 “요양보조·건설 등 물리적 직무는 당분간 AI 교란에서 비교적 안전하다”며 “앞으로는 양방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AI·로봇·자동화가 2030년까지 9,200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한편 1억7,000만 개의 새로운 역할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연구·안전·도입, 로보틱스 등은 성장 분야로 꼽히며, 역사적으로 인쇄기·ATM·온라인 예약처럼 자동화의 물결은 대체와 창출의 동시 진행을 반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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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상 대규모 해고는 아직”…효과는 직군별로 불균등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노동통계국 자료가 중단된 가운데, 시카고 연준 등 대체 지표는 완만한 고용 유지세를 보인다. 9월 실업률은 4.3%, 해고·분리율은 **2.1%**로 안정적이다. 예일대 Budget Lab 연구는 챗GPT 도입으로 인한 **‘뚜렷한 총량 충격 없음’**을 보고하며, 영향이 제한적이고 집중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 연준 조사에서도 최근 6개월간 **AI로 인한 해고를 보고한 서비스 기업이 1%**에 불과했다. 다만 인사관리학회(SHRM)는 미국 일자리의 6%가 50% 이상 자동화, **컴퓨터·수학 직군은 32%**에 달한다고 밝혔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전체 지표는 아직 평온하지만, 직군 내부의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며 “AI를 다루는 기술을 익힌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생산성 간극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은 팀으로 더 많이”…실사례 쏟아지는 빅테크

아마존의 앤디 재시(Andy Jassy) CEO는 “향후 몇 년간 AI로 사무직 인력 축소가 진행될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AI 활용 역량 내재화를 주문했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 자동화팀 내부 자료를 인용해, 2027년까지 미국 내 16만 명의 추가 고용을 피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아마존은 “불완전한 단면”이라고 반박했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매출 10배 성장과 함께 인력 12% 감축을 목표로 밝혔고, 스웨덴 핀테크 클라르나(Klarna)는 AI 도입 이후 40% 감원을 단행했다. 세일즈포스는 고객지원 인력 9,000명에서 5,000명으로 축소했고, 쇼피파이 CEO 토비 뤼트케(Tobi Lütke)는 “AI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면 인력 증원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딩 어시스턴트 시장도 치열하다. 커서(Cursor) 운영사 애니스피어(Anysphere)는 최근 270억 달러 가치 평가를 논의 중이며, 깃허브(GitHub)·리플릿(Replit) 등과 경쟁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으로 AI 자동화가 은행·제조·유통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본다.

“청년·주니어 직군 직격탄…재교육이 해법”

스탠퍼드 연구진은 AI 확산이 특히 초년 경력자와 단순·반복 업무군에 집중 타격을 준다고 분석했다. 가드 레바논은 “미래의 노동 시장은 단순 대체가 아니라 역할 재구성의 경쟁이 될 것”이라며, 각국 정부와 기업이 재교육(reskilling) 및 직무 전환(upskilling)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거시지표는 대침체 수준의 급변을 보여주지 않지만, 입문직 축소·채용대체·조직 재설계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가 쓰는 코드·콘텐츠의 검증·통합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며, “소수 정예화·성과 격차 확대가 새 노동질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AI의 영향은 ‘대량 해고’보다 ‘직무 재배치와 재편’에 가까운 흐름으로 요약된다. 다가오는 빅테크 실적 시즌에서 기업들이 공개할 AI 도입 속도와 범위가 시장의 새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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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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