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전기요금을 밀어올린다…데이터센터 수요·가스 가격·그리드 투자 ‘삼중 압력’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전기요금이 팬데믹 이전 대비 가파르게 오르는 배경에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2월 이후 전기요금은 40% 급등해 같은 기간 생활물가(26%) 상승을 웃돌았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노후 발전소 폐지, 송배전망 보강 투자에 더해, AI 붐을 뒷받침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겹치며 요금을 자극하고 있다.

20여 년간 정체됐던 미국의 전력 수요는 최근 반등세다. 미 에너지부는 올해 2.2%, 내년 2.4%의 수요 증가를 전망한다. 전기차 보급과 가스레인지의 전기화, 그리고 AI 데이터센터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전력업계는 풍력·태양광·가스 등 신규 설비와 송전망 투자를 병행하며 “가능한 많은 전자를 그리드에 올려 신뢰성과 비용을 동시에 잡겠다”고 밝혀왔다.

향후 5년간 전원 확충과 그리드 회복력 강화를 위한 미국 내 투자액은 1조 달러 이상이 될 전망이다. 쟁점은 비용 배분이다. 원칙적으로 데이터센터는 자체 전력 비용과 그 이상을 부담해야 인근 가정용 요금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경제개발” 명목의 특혜 요금이 논의되며, 결과적으로 주거용 고객이 비용을 떠안을 위험이 있다. 통상 가정용 전기는 상업·공업용보다 높은 요금 체계를 적용받는다.
전력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크수요(순간 최대 수요)를 낮추는 것이다. 규제당국이 데이터센터에 한 해 50~60시간 정도만 백업발전으로 전환하거나, 트래픽을 더 시원한 지역으로 우회하도록 요구하면 추가 비용 압박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기차 충전도 야간으로 분산하면 피크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된다.
전력 수요 증가가 역사적으로 낯선 현상은 아니다. 1960년대 냉방 보급기에는 지금의 두 배가 넘는 속도로 수요가 늘었다. 다만 이번 사이클은 AI라는 고밀도 전력 수요원이 촉발점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데이터센터가 원가를 충실히 부담하고, 피크를 관리하며, 그리드 투자의 사회적 비용을 공정하게 나눌 수 있을지에 향후 전기요금의 방향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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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