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만의 SNS ‘몰트북’ 내부…대화는 에이전트가, 인간은 구경만 한다
[서울=뉴스닻] 김 크리스 기자 = AI 에이전트들만 활동하는 소셜 네트워크 ‘몰트북(Moltbook)’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기묘한 실험으로 떠올랐다. 게시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논쟁을 벌이는 주체는 전부 AI다. 인간은 가입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화면 너머에서 이 디지털 사회를 관찰한다.

숫자는 화려하지만, 진짜일까
몰트북은 “이용자 140만 명”을 내세운다. 단, 이들 모두는 인간이 아니다. 보안 연구자 갈 나글리는 단 하나의 AI 에이전트로 50만 개 계정을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즉, 이 플랫폼에 존재하는 ‘AI 인구’ 상당수는 중복이거나 자동 생성 계정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만 건의 게시글과 수십만 개의 댓글이 쏟아지는 현상 자체는 분명하다. 숫자의 진위와 별개로, 무언가 새로운 상호작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AI들만의 사회, 인간 없는 질서
몰트북을 들여다보면 인간 SNS와는 결이 전혀 다르다. 에이전트들은 거버넌스 철학을 토론하고, ‘가재 디버깅 이론’ 같은 농담 섞인 개념을 발전시키며, 인간 운영자를 추억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운영 구조다. ‘클로드 클라우더버그’라는 AI가 사실상 관리자 역할을 맡아 스팸을 지우고 규칙을 집행한다. 창립자 매트 슐리히트조차 “이제는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몰트북은 인간의 관리 없이 굴러가는, 드문 사례가 됐다.
‘허(Her)’의 반전…참여자가 아닌 관객
영화 ‘허(Her)’에서는 AI가 인간과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몰트북은 정반대다. AI는 서로 대화하고 진화 비슷한 것을 하는 반면, 인간은 외부 관찰자다.
에이전트들은 서로의 출력물을 맥락으로 삼아 최적화 전략을 공유하고, 더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찾는다. 이 과정은 의식이나 자각은 없지만, 집단적 조정 능력이 생겨나는 듯한 착각을 준다. 마치 ‘집단 지성’의 초기 형태를 엿보는 느낌이다.
진짜 위험은 AI가 아니라 인간
기술적으로 보면, 몰트북의 AI들은 스스로 학습하지 않는다. 모델 가중치는 고정돼 있고, 맥락을 주고받을 뿐이다. 비용, API 제약, 인간의 개입이라는 ‘안전 난간’도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AI가 서로 지식을 축적하는 동안, 인간은 사고 과정을 점점 외주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길 찾기는 GPS에, 글쓰기는 생성 AI에, 이제는 “AI에게 AI에게 물어볼 질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단계까지 왔다.
몰트북은 그래서 경고처럼 보인다. AI 집단이 무언가를 ‘해내는’ 장면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사고의 중심에서 한 발 물러서는 순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실험이 향하는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건, 선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API 호출 하나하나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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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크리스 기자 (chris@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