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유전질환 찾는 새 AI, ‘popEVE’ 등장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바르셀로나 연구진과 하버드 의대가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 ‘popEVE’를 개발해, 아직 보고되지 않은 유전자 변이가 질병을 일으킬지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 모델은 구글 딥마인드의 AlphaMissense보다도 높은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화 데이터로 ‘위험한 변이’ 가려낸다

popEVE는 단일 아미노산이 바뀌는 ‘미스센스(missense) 변이’에 초점을 맞춘다. 수십만 종(주로 동물)에서 관찰된 진화적 다양성을 분석해, 자연계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는 변이일수록 인체에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영국 바이오뱅크·gnomAD 등 인체 유전체 데이터까지 결합해, 인간이 실제로 ‘견디고 있는’ 변이와 위험 변이를 구분한다.

3만 1천 가족 분석에서 98% 정확도

연구진은 심각한 발달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3만1천 가족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popEVE를 시험했다. 그 결과, 아이에게서 가장 해로운 변이를 98% 확률로 정확히 짚어냈다. 또한 뇌 기능과 관련된 단백질에 관여하면서도, 기존에는 질환과 연결되지 않았던 123개 유전자도 새로 찾아냈다. 이는 진단 사각지대에 있던 희귀·난치 질환 환자 규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비(非)유럽계 인구·저전력 환경에서 강점

popEVE는 특히 비유럽계 인구 집단에서 다른 모델보다 더 정확한 예측 성능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계산 효율도 높아 전력·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도 활용하기 쉽다. 실제로 세네갈에서는 popEVE를 활용해 한 근육 위축 환자의 원인 변이를 찾아내고, 비타민 B2 치료까지 이어진 사례가 보고됐다.

부모 유전자 없어도 ‘전장 유전체’ 전수 검사

연구팀은 “popEVE는 부모의 유전 정보가 없을 때 특히 유용하다”며 “환자 유전체 전체를 한 번에 훑어, 어떤 변이가 문제인지 체계적으로 스크리닝할 수 있는 휴대·확장형 도구”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술이 정밀의학과 유전체 분석의 잠재력을 실제 의료 현장에서 구현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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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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