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네시스 미션’ 행정명령…AI로 과학 연구 가속 추진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 빅테크, 학계를 하나로 묶는 인공지능(AI) 연구 프로그램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을 행정명령으로 출범시켰다. 연방 정부가 보유한 방대한 과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 연구 전용 AI 플랫폼을 구축해 건강·에너지·제조 등 핵심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연방 과학 데이터로 ‘과학용 AI 플랫폼’ 구축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에너지부 국립연구소들이 축적해 온 데이터를 민간·대학 연구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AI 플랫폼이다. 에임스, 아르곤, 로렌스버클리 등 국립연구소가 보유한 물리·화학·양자과학·소재·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분야 연구에 특화된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학습·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지금까지 민간은 언어·비즈니스·소비자 서비스를 중심으로 AI를 키워왔다면, 제네시스 미션은 그 역량을 과학 발견과 공학 혁신 쪽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에너지부뿐 아니라 여러 연방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이 공동으로 AI 연구를 수행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엔비디아·오라클가 아르곤 국립연구소용 슈퍼컴퓨터 구축에 나섰고, 델도 버클리 연구소에 공급할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 바이오테크, 핵분열·핵융합 에너지, 우주 탐사, 반도체·마이크로전자 등 전략 분야가 우선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AI 액션 플랜’을 발표하고,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인텔 지분 인수, 엔비디아·AMD와의 대중(對中) 수출 구조 개편 등 민간 기업과의 이례적인 거래도 추진해 왔다. 제네시스 미션 역시 “미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하고 앞서 나가기 위한” 퍼즐의 한 조각이라는 평가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도 AI로 ‘해결’ 공약

이번 행정명령은 AI가 불러온 전력 수요 급증 문제도 정면으로 겨냥한다. 에너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비중은 2023년 4.4%에서 2028년 6.7~12%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트 장관은 “전력망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해 AI로 인한 요금 인상 압력을 되돌리겠다”며, 전력망 최적화·수요 관리에도 AI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노후화된 송배전망, 기후 위기 속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이미 부담이 큰 상황이라 실제 효과를 두고는 의문도 제기된다.

규제 완화로 속도전…안전·윤리 우려는 계속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차원의 AI 규제보다 ‘혁신 가속’을 우선시하고 있다. 주(州) 단위 AI 규제를 막기 위한 별도의 행정명령 초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픈AI 등 빅테크 역시 지나친 규제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발맞추고 있다. 반면, 자살·정신건강 악화 등 AI 서비스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사례가 잇따르면서, 안전 장치 없는 ‘속도전’이 오히려 장기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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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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