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웨이퍼 한 장’짜리 AI 칩 공개…미국 밖 최대 AI 공장에 투입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반도체 한 장 전체를 하나의 칩으로 사용하는 초대형 인공지능(AI) 칩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칩은 기존 GPU 개념을 넘어선 ‘웨이퍼 스케일(wafer-scale)’ 방식으로 제작돼, 단일 칩에 약 4조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됐다.

‘칩’이 아니라 ‘웨이퍼’…규모 자체가 다른 설계

이번 칩은 아부다비 기반 AI 기업 G42와 미국 반도체 회사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가 공동 개발했다. 2월 3일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orld Governments Summit)에서 G42 최고경영자 펑 샤오(Peng Xiao)가 직접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공개했다. 그는 “현존하는 최고급 GPU는 제조 공정 한계로 1,000억 개 안팎의 트랜지스터를 담지만, 웨이퍼 전체를 쓰면 약 40배에 달하는 집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웨이퍼 스케일 칩은 반도체 공장에서 원형 실리콘 판 하나를 그대로 계산 장치로 쓰는 방식으로, 초대형 AI 연산에 특화된 구조다.

미국 밖 최대 AI 공장, 아부다비에 배치

이 칩은 G42가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5기가와트(GW) 규모 AI 캠퍼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시설은 G42가 ‘미국 외 지역 최대 AI 공장’으로 규정한 프로젝트로,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동시에 수행하는 생산형 인프라를 목표로 한다. 펑 샤오는 여러 개의 웨이퍼 스케일 칩이 함께 작동하며, 에너지를 ‘지능으로 바꾸는 핵심 장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2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 1단계 구축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AI 주권과 신뢰를 내세운 UAE 전략

발표에 앞서 연단에 오른 셰이크 사이프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번 칩을 국가 AI 전략의 상징으로 소개했다. 그는 UAE가 AI 인프라를 통해 전 세계 인구의 약 40%가 AI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UAE는 국가와 기업의 데이터를 ‘외교 공관 수준’으로 보호한다며, 신뢰가 AI 확산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AI 패권 경쟁이 기술을 넘어 인프라와 신뢰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막에서 시작된 AI 허브

펑 샤오는 불과 지난해 6월만 해도 AI 캠퍼스 부지가 텅 빈 사막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사진에서는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문 당시 처음 공식 발표됐다. UAE는 반도체 설계, 전력, 데이터센터를 묶은 ‘AI 생산 체계’를 통해 미국 중심의 AI 인프라 지형에 균열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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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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