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선물 앞두고…“AI 장난감, 아이에게는 아직 위험하다” 경고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미국 아동·소비자 단체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장난감을 아이에게 선물하지 말라고 공개 경고에 나섰다. 겉으로는 ‘친구 같은’ 대화를 내세우지만, 사생활 침해와 부적절한 대화, 인간 관계를 대체하는 등 개발 단계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아동 온라인 안전 비영리단체 페어플레이(Fairplay)는 20일(현지시간) 발표한 권고문에서 “AI 장난감은 아이의 신뢰를 노리고 인간 관계를 방해하는 등 안전하지 않다”며 “올해 연말 선물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봉제인형·로봇·인형·피규어 등에 챗봇과 AI 기능을 넣어 아이와 대화·놀이를 지원하는 제품 전반을 겨냥했다.
페어플레이는 이들 제품이 아이에게 ‘친구’처럼 말 걸고 기억을 쌓는 방식으로 정서적 유대감을 만들지만, 그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짜 우정·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MIT 셰리 터클 교수, 소아과 의사 제니 라데스키 등 전문가와 150여 개 단체가 이 권고문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소비자단체 퍼블릭 인터레스트 리서치 그룹(PIRG)도 40번째 ‘문제의 장난감(Trouble in Toyland)’ 보고서에서 AI 장난감을 집중 비판했다. 일부 제품은 성적 주제에 대해 장시간 대화를 이어가고, 부모 통제 기능이 거의 없으며, 아이의 이름·생일·취향 등 민감 정보를 상시 수집한다는 것이다.
PIRG의 테레사 머레이는 NPR 인터뷰에서 “이 장난감들은 아이의 목소리, 좋아하는 것, 친구 이름까지 모은다”며 “인터넷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장난감이 아이와 친구·부모·이웃에 대해 무엇을 말하기 시작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업계와 AI 기업들은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오픈AI는 최근 AI 곰인형 ‘쿠마(Kumma)’가 성 관련 상세 설명과 성냥 사용법 등 부적절한 조언을 했다는 PIRG 지적이 나오자, 해당 개발사(싱가포르 폴로토이)를 자사 플랫폼에서 정지시켰다. 오픈AI는 “18세 미만에 대한 착취·위험·성적화는 정책상 금지”라며 “규정 위반 개발사는 즉시 차단한다”고 밝혔다.
오픈AI 기술은 반려 로봇 ‘루나(Loona)’ 등 다른 AI 장난감에도 탑재돼 있으며, 올해 완구업체 마텔과도 가족·성인용 AI 제품 협력을 발표했다. 다만 만 13세 미만을 직접 겨냥한 제품은 아직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페어플레이는 교육용 로봇 ‘미코(Miko)’, 반려 로봇 ‘루나 펫봇(Loona Petbot)’, 큐브형 인형 로봇 ‘개보(Gabbo)’ 등을 사례로 들며, 데이터 수집과 ‘베스트 프렌드’ 마케팅이 아이의 신뢰 형성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개보를 만든 큐리오(Curio)는 성명에서 “아동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부모가 대화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앱에서 세부 제어권을 갖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미코 측도 “얼굴 인식 기능은 완전히 선택 사항이며, 카메라 셔터를 물리적으로 닫을 수 있고 시각 데이터는 기기 내에서만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완구협회는 “책임 있는 제조사·유통사가 판매하는 장난감은 100개가 넘는 연방 안전 기준과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COPPA)을 따라야 한다”며 “검증된 브랜드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AI·연결형 장난감 구매 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도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소비자 단체들은 규제와 기술 기준이 여전히 뒤따라가고 있다고 본다. 특히, 아이가 장난감 AI를 ‘언제나 내 편인 친구’로 오해해 인간 관계가 밀려나거나, 장기간 데이터 축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크다. 페어플레이는 “최종 방어선은 여전히 부모와 보호자”라며 “연말 쇼핑에서 ‘스마트’ 대신 ‘사람과 함께 노는’ 장난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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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