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델리 선언’ 임박했지만… 미·중 패권 속 글로벌 합의는 안갯속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사상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정상회의가 막을 내리며 이른바 ‘델리 선언(Delhi Declaration)’ 채택이 임박했다. 인도 정부는 최소 70개국이 서명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이 글로벌 차원의 AI 규제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국제 공조의 실효성을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델리 선언, “AI 혜택은 인류 모두에게”
인도 정부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AI의 이익을 전 인류가 공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은 선언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럽연합(EU) 측은 “AI의 잠재력은 그 혜택이 인류 전체에 공유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아슈위니 바이슈나우 인도 기술부 장관은 “세계가 새로운 AI 시대에서 인도의 역할을 신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회의는 외교적 협의의 장이기보다는, 인도의 기술 역량을 홍보하는 무역 박람회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글로벌 규제 논의에 선 긋기
이번 회의에서 가장 뚜렷한 입장을 보인 국가는 미국이었다. 백악관 관계자는 “AI에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전면 거부한다”고 밝히며 국제적 규제 틀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신 미국은 자국 기업이 구축한 반도체, 클라우드, AI 모델 등 ‘미국 스택’을 중심으로 한 협력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AI 규범을 둘러싼 전면적 합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각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CEO들 “초지능 눈앞”… 기대와 불안 교차
행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등 글로벌 AI 업계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인도의 거대한 인구와 디지털 인프라를 AI 확산의 핵심 기반으로 평가하며 대규모 투자와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기술 발전 속도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올트먼은 “초기 형태의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몇 년 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고, 허사비스는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이 5년 안에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범용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폭넓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를 뜻한다.
포용 강조 속 ‘AI 주권’ 현실은
이번 회의는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 중심 지역)에서 처음 열린 AI 정상회의로, 인도 정부는 ‘모두를 위한 복지와 행복’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AI 도입이 인도의 대규모 기술 인력을 오히려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행사 운영 혼선과 함께, 중국산 로봇을 자국 기술로 소개했다가 논란이 된 사례도 도마에 올랐다. 이는 AI 연산 자원과 핵심 기술이 여전히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결국 많은 중견국들은 미·중 사이에서 독자적 AI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최첨단 AI 시스템의 개발과 배치는 여전히 미국과 일부 중국 기업에 집중돼 있어, 글로벌 차원의 실질적 공동 규범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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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