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예의 차려야 하나… “정답은 말투가 아니라 질문 설계”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AI에게 ‘부탁합니다’라고 하면 더 똑똑해진다”거나 “혼내면 정답을 더 잘 준다”는 식의 조언이 온라인에 넘쳐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말투 요령’ 대부분이 일관된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예의 여부가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목표를 얼마나 명확히 구조화해 전달하느냐라는 설명이다. 다만 대화 습관이 사용자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예의를 갖추는 것이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타트렉 역할극”이 수학을 잘하게 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작은 변화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기도 했다. 연구진이 여러 챗봇에 “즐겁게 풀어보자”는 식의 긍정 문구를 붙이거나 AI를 칭찬해 정확도가 올라가는지 시험했지만, 대부분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AI에게 ‘스타트렉 세계관에 있는 것처럼’ 설정해 달라고 했을 때 기본 수학 성능이 좋아진 사례가 보고돼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결과도 모델 업데이트로 금세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업들이 모델을 계속 개선하기 때문에 특정 표현이 통하는 ‘비밀 주문’처럼 굳어지기 어렵다고 말한다.
정중하게 말하면 더 잘하나… 연구는 엇갈려
AI에게 정중하게 말하면 더 정확해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결론은 엇갈린다. 한 연구는 공손한 요청이 더 나은 답을 이끌었다고 했고, 다른 테스트에서는 오히려 모욕적인 표현이 더 정확한 답을 낳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언어와 문화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는 연구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결과를 “토큰”이라는 AI 처리 방식으로 설명한다. AI는 문장을 작은 단위로 쪼개 확률적으로 다음 단어를 예측해 답을 만드는 구조라, 쉼표 하나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그 영향을 사람이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고, “정중함” 자체가 성능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비결이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잘 통하는 방법은 ‘말투’가 아니라 ‘질문 방식’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권하는 방법은 비교적 실용적이다. 먼저 하나의 답만 요구하지 말고 3~5개의 선택지를 요청하면 사용자가 비교하면서 판단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아진다. 가능하다면 예시를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이메일을 써 달라고 할 때 과거 자신이 보낸 글을 함께 주면, “내 스타일로 써 달라”는 지시보다 결과가 더 잘 맞는다는 설명이다.
또 AI에게 먼저 인터뷰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필요한 정보를 질문으로 하나씩 물어본 뒤 결과물을 만들어 달라”는 방식으로, AI가 사용자의 답에 맞춰 요구사항을 정리할 수 있다. 반대로 역할극은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도 있다. “당신은 최고의 전문가” 같은 설정은 정보 문제에서 AI가 자신감만 높아져 틀린 내용을 그럴듯하게 말하는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의는 AI가 아니라 나를 위한 것”
그렇다고 예의를 완전히 버릴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정중하게 말하는 습관이 사용자를 더 편안하게 만들고, AI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다면 간접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논리다. 또 무언가에게 공격적으로 대하는 습관이 사람의 태도를 거칠게 만들 수 있다는 철학적 주장도 함께 거론된다.
결국 AI에게 예의를 갖춰야 하는지의 답은 ‘성능 향상’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더 잘 끌어내는 방식’에 있다. AI를 사람처럼 달래기보다, 도구로서 어떻게 지시하고 검증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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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