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가져올 ‘주 4일 근무’ 환상… “임금도 함께 줄어들 것”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인공지능(AI)이 생산성을 높여 주 4일, 심지어 주 3일 근무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로버트 라이히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은 “현실은 다를 수 있다”며 AI가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임금까지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기업 CEO들 “AI가 여가 늘릴 것”

최근 미국 주요 언론은 AI가 업무를 대신 처리해 직원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돌려줄 것이라는 기업들의 전망을 잇달아 소개했다. 화상회의 기업 줌의 CEO는 AI 덕분에 3~4일 근무제가 가능하다고 밝혔고,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도 주 3.5일 근무를 언급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 역시 “2일 근무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Elon Musk는 한발 더 나아가 “10~20년 안에 노동이 선택 사항이 될 것”이라며 빈곤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라이히 교수는 이러한 낙관론을 “과장된 홍보”라고 일축한다.

생산성 향상,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라이히는 “설령 AI가 생산성을 크게 높인다 해도, 그 이익이 노동자에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노동 생산성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물가를 반영한 중위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그는 “주 4일 근무가 된다면, 아마도 4일치 임금만 받을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이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가 업무를 대체하면 일부 노동자는 추가 일자리를 찾아야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 에세이에서 기술 발전으로 2030년쯤 인간이 여가 문제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지만, 현실은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결국 ‘분배의 문제’

라이히는 핵심 쟁점을 ‘생산성’이 아니라 ‘분배’라고 강조한다.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때, 그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결국 힘의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 민간 부문 노조 조직률은 약 6%에 불과해 노동자의 협상력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치적 힘을 통해 부의 재분배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AI의 이익은 소수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부유세를 통한 보육·의료 지원 확대 등 제도적 장치를 예로 들며 “노동자가 생산성 향상의 몫을 요구할 정치적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AI가 만들어낸 상품과 서비스는 넘쳐나도 이를 구매할 사람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AI가 노동을 해방시킬지, 아니면 소득 불평등을 더 심화시킬지는 기술 자체보다 사회적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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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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