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건물? 인간과 알고리즘의 협업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상하이 황푸강변에 들어선 웨스트 번드 컨벤션 센터는 겉보기에는 보석처럼 각진 유리 외관이 돋보이는 미래형 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를 개최하기 위해 지어졌으며, 설계 과정에 인공지능(AI)이 핵심 도구로 활용됐다. 미국 건축사무소 SOM은 AI를 ‘보조 수단’이 아닌 주요 설계 동력으로 사용했다. 다만 건물을 전적으로 AI가 설계한 것은 아니며, 인간 건축가가 조건을 설정하고 최종 선택을 내리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졌다.

웨스트번드국제컨벤션 센터 홈페이지
AI는 어떻게 설계에 참여했나


건축가들은 먼저 부지 면적, 층고, 회의실 높이, 채광 조건 등 다양한 제약을 입력하고 여섯 가지 주요 목표를 설정했다. 예를 들어 조망 개선, 바닥 면적 극대화, 외벽 일조량 증가 등이 그것이다. 이런 목표들은 서로 충돌하기 쉽다. 유리 패널 각도를 바꾸면 전망은 좋아질 수 있지만 채광은 줄어들 수 있다. AI는 ‘다중 목표 최적화’라는 방식으로 수백 개의 설계안을 동시에 계산해 가장 균형 잡힌 대안을 제시했다. 하룻밤 사이 800개가 넘는 설계안이 생성됐고, 그중 미적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판단된 안을 인간 건축가가 최종 선택했다.

효율성 넘어 창의성 도구로


SOM은 AI 활용으로 설계 기간을 수주 단위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재 사용 최적화, 에너지 효율 개선 등 환경적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가는 “알고리즘은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며, 최종 미적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AI는 사람이 일일이 계산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 조합을 빠르게 탐색함으로써 설계의 가능성을 넓혀준다는 평가다.

건축계의 기대와 우려


건축 업계는 아직 AI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건축가가 AI에 관심을 보이지만 실제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낮다. 일자리 감소, 창의성 훼손, 데이터 편향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설계 소프트웨어에 AI 기능이 속속 통합되고 있어 확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웨스트 번드 컨벤션 센터는 인간과 AI가 함께 만든 상징적 사례로, 건축이 과학과 예술 사이에서 어떻게 진화할지 보여주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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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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