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문자도 챗GPT가 써줬다”… Z세대, 어려운 대화까지 AI에 맡기는 이유
[서울=뉴스닻] 김 크리스 기자 = 데이트 거절 메시지 작성, 친구와의 갈등 해결, 상대방 의도 분석까지.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사회적 오프로딩(social offloading)”이라 부르며, 장기적으로 감정 발달과 사회적 능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AI로 쓴 이별 문자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 학생 패트릭(가명)은 소개팅 후 상대에게 보낼 메시지를 직접 쓰기 어렵다고 느껴 챗GPT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상황과 감정을 입력했고, 챗봇이 생성한 문장을 거의 그대로 복사해 상대에게 보냈다.
메시지를 받은 에밀리(가명)는 문장이 지나치게 정제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친구들과 함께 AI 탐지기를 돌려본 결과 “AI 생성 가능성 99%”라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패트릭은 AI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패트릭은 “이런 메시지를 보내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며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사회적 오프로딩’ 확산… 친구 대화 분석도 AI로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젊은 층은 챗봇에 전체 문자 대화를 붙여넣고 “상대가 무슨 의미로 말했는지 분석해 달라”고 묻거나, 연애·우정 관련 메시지를 대신 작성하게 한다.
비영리 단체 커먼센스 미디어(Common Sense Media)의 연구 책임자 마이클 롭은 이를 “사회적 오프로딩”이라고 설명했다. 사람과의 소통 자체를 AI에게 ‘외주’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2025년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약 3분의 1이 중요한 대화를 할 때 인간보다 AI 동반자를 선호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문가 “자신의 목소리 잃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습관이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기대 불일치다. 상대방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AI가 다듬은 버전의 사람’과 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장기적으로 개인의 소통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복적으로 AI에 의존하면 자신의 감정 표현 능력이나 사회적 판단 능력을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터프츠대 의대 정신과 교수 미셸 디블라시는 “AI에 의존하면 사회적 신호를 읽거나 관계를 회복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고립감과 외로움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세대의 고립감… AI 의존 심화
연구자들은 Z세대의 사회적 어려움 배경으로 디지털 문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을 동시에 지목한다. 청소년기(10~19세)는 자아 형성과 감정 조절 능력을 배우는 중요한 시기인데, 팬데믹으로 대면 상호작용이 줄면서 사회적 경험이 부족해졌다는 분석이다.
캔자스주립대 행동과학 연구자 러셀 풀머는 “팬데믹과 디지털 문화가 결합해 AI가 인간관계에 개입하기 쉬운 ‘완벽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AI는 연결의 환상”… 외로움 악순환 가능성
전문가들은 챗봇이 제공하는 대화가 실제 인간 관계의 ‘마찰’과 복잡성을 대체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챗봇은 사용자에게 공감적이고 동의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현실 관계에서 필요한 갈등 조정이나 감정 교류를 학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풀머 교수는 “챗봇은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실제 관계를 대체하지 못한다”며 “외로움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강화하는 ‘외로움 루프(loneliness loop)’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사용 자체를 금지할 필요는 없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직접 대화하는 경험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어려운 대화일수록 직접 표현하는 과정이 사회적 능력을 키우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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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크리스 기자 (chris@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