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창가족’ 다시 주목… 해고 대신 ‘창가 자리’로 보내는 기업들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서구 기업들이 AI 도입을 내세워 감원과 출근 확대를 동시에 밀어붙이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일을 거의 하지 않는 고령 직원에게도 자리를 마련해 ‘조용히’ 유지하는 이른바 ‘마도기와조쿠(창가족)’ 관행이 온라인에서 재조명되며, 노동시장과 기업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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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대신 ‘창가 자리’… 마도기와조쿠의 현실

마도기와조쿠는 직역하면 ‘창가에 앉는 무리’로, 기업 내에서 역할이 줄었거나 성과가 낮아진 중장년 직원이 창가 쪽 책상에 배치돼 중요 업무에서 멀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50~60대 남성이 많고,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임금 체계 아래 입사한 세대가 중심이다.

이들은 팀을 이끌거나 핵심 프로젝트를 맡기보다는 가끔 이메일을 확인하고 서류를 정리하는 정도의 업무만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해고 대신 ‘자리 이동’으로 갈등을 줄이고, 직원도 급격한 소득 단절 없이 근무를 이어간다는 구조다.

고령 고용률 높은 일본… 정부가 ‘70세까지’ 유도

이 같은 관행은 일본의 높은 고령자 취업률과 맞물린다. 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일하고 있어, 미국(5분의 1 미만)이나 영국(10명 중 1명 수준)보다 높은 편이다.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선호가 강하고, 가능하다면 기존 직장에 남기를 원하는 비율도 높다고 소개됐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 70세까지 고용 기회를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법 개정과 보조금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일부 기업은 정년 연장이나 근로 연장 제도를 통해 혜택을 유지하면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설계를 바꾸는 흐름도 나타난다.

젊은 직원들 “일 안 하는 선배, 조직에 악영향”

하지만 마도기와조쿠가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컨설팅사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에 근무하는 20~30대 직원 중 절반가량이 “우리 회사에 ‘일 안 하는 나이 든 직원’이 있다”고 답했다. 젊은 직원들은 흡연·간식·수다·인터넷 서핑·멍때리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례를 언급했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은 이런 존재가 직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봤다. 사기 저하, 다른 직원의 업무 부담 증가, 인건비 부담 등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일본 내에서도 Z세대와 밀레니얼의 인내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함께 제시됐다.

비효율인가 ‘완충 장치’인가

그럼에도 이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는 ‘심리적 안전망’ 역할이 거론된다. 고령 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흡수함으로써 조직 전체에 “실적이 조금 나쁘거나 기술 변화에 뒤처졌다고 바로 내쫓기진 않는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축적된 경험을 멘토링이나 교육에 활용할 여지를 남긴다.

AI 효율을 명분으로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는 시대에, 일본의 ‘창가족’은 비생산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고용 안정이라는 다른 가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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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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