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칩에 TSMC 부품 탑재 논란… 미 수출통제 위반 가능성 제기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중국 기업 엔플레임(Enflame)의 고성능 AI 칩에서 대만 TSMC가 생산한 핵심 부품이 확인되며 미국 수출통제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다. 반도체 분석업체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의 예비 보고서를 바탕으로 미 당국도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TSMC는 “통제 대상 칩이 아니다”라며 반박해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테크인사이츠 “S60 분해 결과, 핵심 부품이 TSMC산”
테크인사이츠는 엔플레임의 ‘S60’ 프로세서를 분해한 뒤 주요 구성 요소가 TSMC에서 제조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 칩의 성능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2022년 이후 강화된 미국의 대중(對中) AI 칩 수출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AI 모델을 학습하고 구동하는 데 필요한 칩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산 성능과 칩 크기 대비 성능 등 지표를 기준으로 수출 가능 여부를 판단해 왔다. 특히 미국 기술·소프트웨어·장비가 제조 과정에 쓰인 경우 해외에서 생산된 칩이라도 규제 적용을 받도록 범위를 넓힌 상태다.
분류 표시 ‘삭제’… TSMC “보고서 수정됐다”
논란은 테크인사이츠가 사이트에 표시했던 수출통제 분류(ECCN) 정보가 갑자기 ‘TBD’로 바뀐 뒤 삭제되며 더 커졌다. 테크인사이츠는 “기술 분석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며 예비 결과에 따라 임시로 분류를 표기했을 뿐이고 최종 보고서에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TSMC는 테크인사이츠의 초기 분류가 “부정확했다”고 주장했다. TSMC는 해당 칩이 통제 대상 AI 칩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며, 잘못된 주장이 수정돼 삭제됐다고 밝혔다. 다만 테크인사이츠는 “분석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당국 조사로 번질까… “화웨이 사례와 유사” 지적
전문가들은 만약 데이터센터용 대형 AI 칩이 TSMC에서 생산돼 중국 기업으로 공급됐다면 수출통제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과거 화웨이 칩에서 TSMC 제조 부품이 발견돼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 사례가 있어, 유사한 패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상무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조사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상무부는 통상 진행 중인 집행 사안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엔플레임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AI칩 ‘우회 공급’ 의혹… 공급망 통제 시험대
업계에서는 엔플레임이 중국 대형 IT 기업 텐센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엔플레임은 S60 칩을 수만 개 단위로 데이터센터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규모가 사실이라면, 중국 AI 산업이 규제 환경 속에서도 고성능 연산 자원을 확보해 왔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 미국이 일부 고성능 칩의 대중 판매를 승인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사용 방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기류가 동시에 나타나는 만큼, 이번 논란은 ‘누가 어떤 칩을 어디까지 쓸 수 있나’라는 수출 규제의 실효성을 다시 시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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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