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왜 빠르나… 공급망·제조력 앞세워 초기 시장 선점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빠른 개발 속도와 대량 생산 역량을 앞세워 초기 시장 주도권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춘제(설) 갈라에서 공중회전 ‘쿵푸’ 퍼포먼스로 존재감을 과시한 데 이어,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가 스페인 MWC에서 첫 휴머노이드 로봇 공개를 예고하는 등 산업 전면에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와 자율성, 안전 규제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유니테크
중국이 앞선 이유… EV로 다져진 하드웨어 공급망

전문가들은 중국의 강점으로 촘촘한 하드웨어 공급망과 강력한 제조 기반을 꼽는다. 센서·배터리 등 전기차(EV) 산업을 통해 축적된 부품 생태계가 로봇 분야로 이어지면서, 서방 경쟁사보다 빠르게 설계를 반복하고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 측 정책 담당자는 “중국은 제조 기반이 탄탄해 반복 개발 속도가 빠르며, 그 결과 가격도 낮고 출시 주기도 짧다”고 평가했다. 대표 업체 유니트리(Unitree)는 지난해 미국의 피겨(Figure), 테슬라 등 경쟁사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출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모 쇼’에서 ‘실제 운영’으로… 고객 요구 변화

업계에서는 최근 분위기가 “보여주기용 데모”에서 “현장 투입 가능한 운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 로봇 기업 갈봇(Galbot)의 전략 책임자는 고객들이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사람이 하던 일을 줄여줄 수 있느냐”를 묻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정책과 산업 전략이 자동화 업그레이드를 밀어주는 데다, 제조 생태계가 빠른 개선을 가능하게 해 ‘운영 기반 도입’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초기 수요처로는 공정이 비교적 정형화된 제조, 물류창고, 유통·리테일이 거론된다.

시장 규모는 아직 작다… 성장 전망과 ‘통계 함정’

다만 글로벌 출하량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다.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1만3천여 대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실제 판매인지 시범 배치·전시용인지 구분이 불명확하다는 단서도 붙었다. 그럼에도 업계는 향후 매년 빠르게 성장해 2035년 260만 대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출하 기준 상위 업체에는 중국의 애지봇(Agibot)과 유니트리가 선두권에 포함됐고, UB테크, 르쥐 로보틱스, 엔진AI, 푸리에 인텔리전스 등도 뒤를 이은 것으로 소개됐다. 초기 시장에서 중국 업체 비중이 높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남은 과제… ‘몸’은 앞서도 ‘뇌’는 아직

중국이 하드웨어에서 속도를 내고 있지만, 로봇의 ‘뇌’에 해당하는 AI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아직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는 시각·언어·행동을 결합한 모델과 ‘월드 모델’ 등으로 자율성을 높이려 하지만 기술 성숙도가 낮고, 무엇보다 학습 데이터가 부족하다.

휴머노이드는 인터넷 텍스트를 대규모로 학습할 수 있는 챗봇과 달리, 실제 세계의 움직임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기 어렵다. 시뮬레이션으로 합성 데이터를 만들 수는 있지만, 현장 데이터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또 안전 문제도 큰 변수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중국도 속도와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만의 레이스 아니다… 일본·미국도 추격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은 미·중 양자 구도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일본은 2027년 대량 생산을 목표로 로봇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고령화로 돌봄 분야에서 로봇 활용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이 대량 생산 계획을 내놓고, 현대차 계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8년 공장용 휴머노이드 도입을 예고하는 등 각국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정책 지원, 산업 전략, 노동력 구조 변화, 민간 자본이 동시에 맞물리며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현장에 넣는’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휴머노이드 시장의 승부는 결국 실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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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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