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국산 AI 칩 전면 배제 지시…국가자금 투입 데이터센터 ‘국산화 의무화’

엔비디아·AMD·인텔 직격탄…“국가 보조 받은 프로젝트, 외산 칩 즉시 철거 또는 구매 취소 명령”

[서울=뉴스닻] 최승림 기자 = 중국 정부가 국가 보조금을 받은 모든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외국산 인공지능(AI) 칩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규제 당국은 공정 진행률 30% 미만의 프로젝트에 이미 설치된 외산 칩을 전면 철거하거나 구매계획을 취소하도록 지시했으며, 진행률이 높은 프로젝트는 개별 심사 후 판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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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립 위한 가장 공격적 조치”…美와의 ‘칩 전쟁’에 정면 대응

이번 조치는 워싱턴과 베이징 간 무역 완화 기류 속에서도 외국 기술을 핵심 인프라에서 배제하려는 중국의 가장 공격적인 조치 중 하나로 평가된다. 미국이 AI 칩을 ‘협상 지렛대’로 삼으며 수출 통제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중국은 반대로 AI 칩 자급(self-sufficiency) 을 국가 전략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이번 명령은 전국 단위 시행인지, 특정 성(省) 중심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알려졌다.

NVIDIA ‘가장 큰 피해자’…시장점유율 95%→0%

지침의 영향권에는 엔비디아(Nvidia) 를 비롯해 AMD·인텔 등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이 포함된다.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2021년 이후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이상의 국가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대부분이 일정 수준의 국고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사실상 모든 신규 센터가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북서부 지역의 엔비디아 칩 도입 예정 시설은 착공 전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엔비디아는 2022년 중국 AI 칩 시장 점유율 95% 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0%로 급락한 상태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수출 규제 완화 협상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매출 회복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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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산 칩 육성’ 본격화…화웨이·캠브리콘 수혜 기대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기업은 화웨이(Huawei) 를 비롯한 중국 토종 반도체 제조사들이다. 화웨이는 이미 AI 데이터센터 전용 국산 칩으로 자립형 인프라를 선보였으며, 캠브리콘(Cambricon), 메타엑스(MetaX), 모어스레드(Moore Threads), 엔플레임(Enflame) 등 스타트업들도 잇따라 부상 중이다.
다만, 엔비디아 칩의 소프트웨어 생태계 호환성과 안정성을 이유로 개발자들의 전환 저항감이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국산 칩 매출이 늘겠지만, AI 연산격차가 오히려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 된 AI 칩

미국은 자국의 수출 통제를 “중국군의 기술 역량 확장 억제”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해 왔다. 반면 중국은 이를 ‘기술 패권 봉쇄’ 로 규정하고, 2023년에는 이미 마이크론(Micron) 제품을 국가 인프라에서 금지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으로, AI 핵심 연산 자원을 완전히 국산화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SMIC 등 중국 반도체 제조사는 첨단 장비 조달 제한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AI 칩 생산 역량이 제약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국가 차원의 AI 슈퍼컴퓨팅 네트워크 확충 계획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 가속

현재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픈AI는 엔비디아 첨단 칩 기반 데이터센터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중국 또한 국산 칩을 앞세워 ‘AI 인프라 자립형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AI를 새로운 전략 수출품으로 육성 중이다.
이번 조치는 ‘디지털 냉전’의 기술 자급 전환점이자, AI 공급망을 국가 단위로 분리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I 칩이 더 이상 단순한 부품이 아닌 국가 주권과 산업 패권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미·중 기술경쟁의 균형추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AI 산업의 세계화가 아닌, ‘AI 블록화(AI Bifurcation)’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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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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