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케어 AI 사전승인 실험, 의료계·의회서 우려 확산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미국 연방정부가 고령층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 인공지능(AI) 기반 ‘사전승인(prior authorization)’ 제도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의료계와 의회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전승인은 의료 서비스나 약 처방 전 보험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다. 내년 1월부터 애리조나, 뉴저지,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텍사스, 워싱턴 등 6개 주에서 시행되는 ‘WISeR 모델’은 특정 의료 서비스에 대해 AI가 1차 검토를 수행하도록 한다. 프로그램은 2031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고령층 치료 지연·거부 우려


전통적 메디케어는 지금까지 민간 보험보다 사전승인 절차가 덜 엄격한 편이었지만, 이번 시범사업은 민간 보험의 대표적 논란 제도를 공공 보험에 도입하는 셈이다. 의료진은 승인 거부와 장기적인 이의신청 절차가 늘어나 환자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사협회(AMA)에 따르면 의사의 4분의 1 이상이 사전승인 문제로 환자에게 입원이나 영구적 손상 등 심각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답한 바 있다. 특히 메디케어 수급자는 고령·만성질환자가 많아 더욱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낭비·부적절 진료 차단 목적”


미 보건당국은 이번 모델이 ‘사기, 낭비, 부적절 사용 가능성이 높은’ 의료 서비스에 한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무릎 관절경 수술, 특정 신경 자극 치료, 요실금 장치 등이 대상이다. 당국은 최종 승인 거부 결정은 면허를 가진 의료진이 내리며, 처리 속도와 정확성에 따라 기업 보상 구조도 설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부로 절감한 비용에 따라 기업이 보상을 받는 구조는 “이윤 중심의 거부 결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의회서 폐지 법안 발의… 향방 주목


오하이오·워싱턴주 등 일부 연방 하원의원들은 WISeR 모델 폐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에서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한편 메디케어 지출은 향후 10년간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비용 통제 필요성도 제기된다. 의료계는 비용 절감과 환자 보호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라며, 충분한 안전장치와 이해관계자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닻.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

Newsletter
디지털 시대, 새로운 정보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