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학부모들 “학교 AI 도입 신중해야”… 정치 성향 넘어 공통된 불안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미국에서 학교 현장의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영리 성격의 조사기관 ‘카운트 온 마더스(Count on Mothers)’ 보고서는 AI가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안전·개인정보·발달 영향에 대한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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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찬성”이 다수… 무조건 긍정은 6%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조사에서 어머니 약 3분의 1은 “감독과 안전 기준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학교의 AI 활용에 열려 있다고 답했다. 반면 20%는 학교가 아이들의 AI 노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고, 19%는 AI 기업이 아이들의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를 ‘긍정적 힘’으로 보고 아이들이 적극 배워야 한다며 별다른 걱정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6%에 그쳤다.

공동 저자인 런던대(UCL) 연구진은 “교육기술(에듀테크)이 과도하게 강조된다는 불안과, 미래 진로를 위해 AI 경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충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 성향 달라도 “아이 미래가 걱정” 한목소리

조사는 2025년 10월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 21세 미만 자녀를 둔 미국 어머니 2,2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정치 성향은 보수 30%, 진보 28%, 중도 40%로 다양했지만, 보고서는 “AI가 아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은 공통분모”라고 평가했다.

이 결과는 지난해 PDK 교육 여론조사와도 흐름이 맞닿는다. 당시 부모 10명 중 7명가량은 학교가 AI로 학생 성적·평가자료 등 개인정보를 저장·분석하는 것에 반대했다.

안전 콘텐츠·가짜 정보·정서 발달 우려

어머니들의 가장 큰 걱정은 안전하지 않거나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이었다. 약 3분의 2가 이를 최우선 우려로 꼽았다. 또 절반 이상은 AI를 사용할 때 아이들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행동 변화와 사회·정서적 건강에 대한 불안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47%는 학습과 발달 자체에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아이들은 사람이랑 봇을 구분하기 어렵다”, “교육 도구라고 부른다고 해서 교육적인 것은 아니다” 같은 현장 목소리도 실렸다.

사용은 이미 확산… 데이터 수집은 ‘모르거나 불안’

우려가 큰데도 실제 사용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의 43%는 자녀가 학교 과제에 AI를 사용한다고 답했고, 30%는 학교 지급 기기에서도 AI를 쓰는 것으로 파악했다.

문제는 데이터다. 39%는 “자녀 데이터가 수집되는지 몰랐거나, 수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41%는 “계속 알아보려 하지만 지식의 빈틈이 있다”고 했고, 개인정보 위험을 이해하고 보호 방법까지 안다고 답한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규제 움직임도 확산… “검증 후 도입” 요구

미국에서는 에듀테크 활용을 제한하거나 기준을 강화하려는 입법 움직임도 늘고 있다. 유타주에서는 공립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육기술 도구가 일정 기준과 효과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법안이 논의됐고, 초등 저학년을 중심으로 화면 사용 시간을 제한하려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미 상원에서도 최근 에듀테크가 아동 정신건강에 미칠 위험을 다룬 청문회가 열렸다.

보고서는 “AI가 학습에 도움 될 수 있지만, 강력한 보호장치 없이는 아이들의 안전과 발달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어머니들의 메시지가 학교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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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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