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AI 생성물 저작권’ 판단 미뤘다… 테일러 사건 심리 거부
[서울=뉴스닻] 이재진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에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당분간 미루게 됐다. 대법원은 2일(현지시간) AI 시스템이 생성한 미술 작품의 저작권 등록을 거부한 미 저작권청 결정을 다투는 사건의 심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저작권은 인간 창작을 전제로 한다”는 기존 법 해석이 유지될 전망이다.

AI가 만든 그림, “인간 저자 없다”는 이유로 거부
이번 사건은 미주리주 세인트찰스에 거주하는 컴퓨터 과학자 스티븐 테일러가 제기했다. 그는 2018년 자신의 AI 시스템 ‘DABUS’가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시각예술 작품 ‘A Recent Entrance to Paradise’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다. 해당 이미지는 선로가 포털로 들어가는 모습과 녹색·보라색 식물 이미지가 함께 표현된 그림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저작권청은 2022년 “창작물은 인간 저자(human author)가 있어야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테일러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라 유지되자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번에 심리를 거부했다.
하급심 “인간 저작성은 저작권의 기본 요건”
워싱턴DC 연방법원은 2023년 테일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인간 저작이 저작권의 “핵심 요건”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도 2025년 같은 취지로 판결을 확정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대법원에 사건을 심리하지 말아 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일러 측은 생성형 AI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이 판단을 피하면서 저작권 제도의 큰 방향은 당장 바뀌지 않게 됐다.
‘AI 보조 창작’과 ‘AI 단독 창작’ 경계도 쟁점
미 저작권청은 별도로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에 대해 저작권 등록 신청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 다만 그 경우 일부 신청자들은 “AI의 도움을 받았을 뿐, 인간이 창작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며 권리를 주장했다. 반면 테일러는 AI가 작품을 독립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차이가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인간이 얼마나 개입해야 저작권이 성립하느냐’라는 실무적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법원이 AI 단독 생성물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향후 다른 사건에서 인간 개입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특허 소송에서도 같은 결론… AI 권리 논쟁 지속
테일러는 과거에도 AI가 발명한 것으로 주장한 제품(예: 음료 홀더, 조명 장치) 관련 특허를 신청했다가 “발명자는 인간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된 바 있다. 대법원은 그 특허 사건에서도 테일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I가 창작·발명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미국에서는 최소한 당분간 ‘저작권은 인간 저자’라는 원칙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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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jaejinlee@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