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 미성년자 채팅 막기 위해 ‘AI 얼굴나이 인증’ 도입…소송 압박 속 고강도 조치

어린이·청소년이 대거 이용하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가 앞으로 채팅을 이용하려는 모든 사용자에게 연령 인증을 의무화한다. 정부 발급 신분증을 제출하거나, 인공지능(AI) 연령 추정 도구로 얼굴을 촬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조치는 플랫폼이 아동 성범죄·그루밍(온라인 유인)·실종·자살 사건의 창구가 됐다는 소송과 수사 압박이 잇따르자 나온 것이다. 로블록스는 전 세계 월간 이용자가 1억5천만 명 이상이며, 이 중 약 3분의 1이 만 13세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켄터키·루이지애나주 법무장관은 “로블록스가 아동에게 위해를 가했다”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고, 플로리다주 법무장관도 형사 소환장을 발부하며 로블록스를 “성범죄자의 온상”이라고 규정했다.

개별 피해 가족의 소송도 이어졌다. 15세 아들 이선이 로블록스와 메신저 디스코드를 통해 그루밍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는 베카 댈러스 등은 회사가 아동 보호에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그동안도 부모 통제 기능, 사진·개인정보 공유 제한, 인간·AI 혼합 텍스트·음성 모더레이션 등을 운영해 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폭력성·노골적 표현이 강한 ‘18+’ 경험(게임·월드)에만 연령 확인을 요구해 왔다.

이번 개편으로는 단순 일반 채팅을 포함한 모든 채팅 기능 이용 전에 연령 인증이 필수화된다.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만 13세 이상 이용자는 신분증을 업로드해 본인 나이를 인증할 수 있다. 이를 원치 않을 경우,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해 AI가 나이를 추정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로블록스는 신원 인증 업체 퍼소나(Persona)의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안내에 따라 얼굴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요구함으로써 실제 사람이 인증 중인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AI는 얼굴 정보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9세 미만·9~12세·13~15세·16~17세·18~20세·21세 이상’ 등 연령대 구간으로 분류한다.

이후 채팅 가능 상대는 동일·인접 연령대에 한해 제한된다. 예를 들어 12세로 추정된 계정은 15세 이하와만 채팅할 수 있고, 16세 이상 이용자와는 대화가 차단된다. 잘못 분류된 경우 만 13세 이상은 신분증 업로드로, 어린이는 부모 계정 연동을 통해 연령을 수정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얼굴 이미지가 연령 추정에만 사용되며, ‘연령 버킷’으로 분류된 뒤에는 삭제된다고 밝혔다. 또 같은 얼굴을 여러 계정에 쓰려는 시도 등 “반복 사용·비정상 패턴을 감지하는 부정 행위 방지 장치를 갖췄다”고 주장했다. 다만 AI 연령 추정의 구체적인 정확도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고, “5~25세 구간에서 통상 ±1~2년 오차 범위를 보인다”고만 설명했다.

일부 이용자와 시민단체는 얼굴 촬영·AI 스캔 자체가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수 있고, 오인 판정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보는 쪽이 결국 청소년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이미 다른 플랫폼들에서는 게임 캐릭터 얼굴이나 타인의 사진을 활용해 얼굴 인식 인증을 우회하려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로블록스 내에서 비영리단체 ParentsTogether Action이 주도한 ‘가상 시위’와 같은 날 이뤄졌다. 이 단체는 미성년자 계정의 기본 설정을 더 엄격한 비공개·제한 모드로 전환할 것 등을 요구하며 “현재 로블록스는 아동 안전보다 이용자 성장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해 왔다. 유튜브·메타 등 다른 빅테크 역시 AI 기반 연령 추정 기능을 속속 도입하는 등,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서 ‘연령 검증’이 새로운 규제 축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로블록스의 새 연령 인증은 우선 자발적 선택 사항으로 도입되며, 12월에는 호주·뉴질랜드·네덜란드에서 채팅 이용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내년 초 전 세계로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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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림 기자 (seunglim.choi@newsd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