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노동시장의 직무 재편이 빨라지는 가운데, 지난해 1조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된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취업률이 58.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직업훈련 확대에 나선 만큼 구직 지원을 실제 취업과 직업 전환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취업지원제도에는 30만9514명이 신청해 18만843명이 취업했다.
취업률은 58.4%로, 나머지 12만8671명(41.6%)은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실업급여를 받기 어려운 청년과 저소득 구직자 등 고용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취업지원 서비스와 구직촉진수당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지난해 투입된 예산은 1조109억 원이다.
취업률은 제도 시행 첫해인 2021년 68.1%에서 2022년 54.4%로 낮아진 뒤 2023년 59.1%, 2024년 59.8%, 지난해 58.4%를 기록하며 4년째 50%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월 50만 원이었던 구직촉진수당을 올해 60만 원으로 올린 데 이어 내년에는 65만 원으로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노동시장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직무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자동화 및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고용 구조 변화 분석’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의 평균 채용공고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0.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AI 저노출 직종의 채용공고는 25.9% 증가했다.
콘텐츠·사이트 운영자와 웹 프로그래머, 시스템 프로그래머, 조사·분석·통계 종사자 등 정보검색과 자료정리, 문서작성, 코딩 등 AI가 보조할 수 있는 업무가 포함된 직종에서 채용공고 감소가 두드러졌다.
다만 AI 노출도가 높다는 사실이 곧 해당 직업의 대체나 고용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 역시 최근 고용 둔화를 AI 대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하면서도, 기술 변화에 따른 직무 재편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직업훈련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직업훈련 확대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청년일자리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AI·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청년 선호 분야 전문인력을 2030년까지 30만 명 이상 양성하고, 대기업 등이 직접 훈련에 참여하는 K-뉴딜 아카데미 규모를 1만 명에서 5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훈련을 실제 취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된다. 정부는 AI 선도기업과 대학의 직업훈련에 이어 관련 직무의 일경험을 제공하고, 채용박람회까지 연계하는 단계별 지원체계를 확대할 방침이다.
AI를 활용한 취업지원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AI가 추천한 일자리를 통해 취업한 구직자는 2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61% 증가했다. 정부는 AI를 활용한 경력설계와 이력서 컨설팅, 일자리 추천 등 고용서비스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AI가 노동시장의 직무와 채용 방식까지 변화시키면서 취업지원 정책 역시 단순한 생계지원과 직업훈련을 넘어 구직자의 역량에 맞는 직무를 찾고 실제 취업까지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가 수당 인상과 함께 추진하는 직업훈련·일경험·채용 연계 정책이 4년째 50%대에 머물고 있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취업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