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시선] AI 파도를 타고 싶은 대통령의 가벼움과 수사(修辭) 인플레이션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가족’이 탄생했다. 가족의 출생지는 샌프란시스코의 ‘더 램프’ 레스토랑이고, 아버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건배사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브로드컴의 혹 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의 보르카르 등 미국 빅테크 수장들이 가족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태어나기가 무섭게 젠슨 황은 이재명 대통령의 건배사에 열렬히 호응하며 “we are family”를 외쳤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대중스타처럼 환대를 받았던 젠슨 황은 진즉부터 대한민국의 가족이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동석했던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네이버 이사회 이해진 의장이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축복했다. 이렇게 이재명 대통령이 한데 모은 국내외 ‘글로벌 가족’의 기업 가치만 해도 약 2경 정도에 달한다.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2경짜리 식사 자리가 펼쳐진 것이다.
2경의 기운을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AI 문명의 시대’를 말하며, ‘AI 국가자본주의’의 선도국이 될 준비를 하라고 정부 부처들을 다그치고 있다. 국가와 자본이 한 몸이 되어 ‘AI 혁명’을 지원하고 ‘AI 문명’의 문을 가장 빠르고 거침없이 열어보자는 뜻인가. 첫째, 메모리 반도체와 AI 칩 생산과 공급의 신뢰할 수 있는 거점 되기 둘째,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국가 역할의 강화 셋째, 제조업과 AI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산업 경쟁력 확보 넷째,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벤처캐피털 간 협력 확대와 공동 연구 활성화 다섯째, AI와 혁신 생태계를 위한 미국과의 기술 협력 확장. 이것들이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숙제다. 이 숙제를 풀어나갈 정부 부처와 청와대 참모, 집권 여당의 후속 조치들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조마조마하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 동안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AI 혁명의 최첨단”에 선 “대체불가한 선도자”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속도전’을 펼치며 파생될 문제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의 언행이 늘 아쉽고 걱정된다. 속마음을 숨기고 언제든지 유리한 편을 선택해 거래를 하는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내 초거대기업 총수들을 사적인 친근함이나 ‘깐부’ 맺기식 이벤트로 묶어내려는 언행은 정치인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대통령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게다가 가까워지고 싶은 상대나 뭔가 그럴싸한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갑자기 ‘형님’, ‘동생’, ‘친구’, ‘가족’하며 전 근대적 친족주의로 급발진하는 모습은 일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의 수사가 지나치게 과잉된 언어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AI 혁명”, “글로벌 빅테크와의 인공지능 동맹”, “대한민국은 대체불가한 선도자”처럼 지나치게 과잉되고 비대한 표현들로 현실에 대한 해석과 토론을 유토피아 미래학적 흥분으로 가로막아 버린다. 정치인들이 그렇듯이 대통령 또한 ‘수사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하다.
AI 기술 진화의 현실과 미래를 수사 인플레이션과 국가자본주의라는 감성의 결집으로 진단하거나 예측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기술 개발과 정치경제적 전략을 해부하고, AI 기술의 독점이나 AI 기술 기업의 권력화와 같은 문제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검토해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AI가 지금까지 축적해 온 인류 문명을 어떻게 위협하고 인간을 더욱 권위주의적 세계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해야 한다. 대체불가한 AI 선도국 대한민국을 외치며 ‘AI 국가자본주의’의 출현을 재촉하는 정치로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의 곁에 좋은 국가를 선물할 수 없다. AI 파도는 멋져 보일 수 있지만 파도를 만들고 움직이는 더 큰 힘들은 매우 불온한 ‘가족’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