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시선] “이것은 미국적인 방식이 아니다”, AI가 만드는 MAGA 진영의 분할

‘휴먼스 퍼스트(Humans First)’라는 단체 활동가들이 AI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데이터센터 반란(AI DATA CENTER REVOLT)”을 선언하고 나섰다. NBC는 지난 10월 6일 보도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맞서 지역사회의 결집과 “반란”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HF 소식을 전했다.

다소 놀라운 사실은 이 운동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의 보수 운동가 크레머(Amy Kremer)라는 점이다. 크레머는 티파티 운동가였고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내세워 각종 집회를 이끌기도 했다. MAGA 진영에서는 대표적인 베테랑 보수 운동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랬던 그녀가 AI 패권 국가를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AI 데이터센터 반란 운동에 나선 것이 다소 놀랍다.

NBC와의 인터뷰에서 크레머는 “AI 기술이 사람들에게 억지로 주입되고 있다”며 AI 빅테크 기업들이 주민의 의견 수렴 없이 엄청난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그들의 오만에 맞서 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것은 미국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명토 박았다. 크레머는 좌·우 연합 운동체였던 HF를 보수 진영이 주도하는 조직으로 바꾸고 데이터 센터 건설 및 AI 전반에 대한 규제 장치를 요구하며 미국 주요 지역을 돌고 있다.

HF는 현재 AI 빅테크 기업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권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기료 인상에 반대하고, 위헌적인 감시 행위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악용하는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고, HF가 데이터센터와 AI 기술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HF는 “미국인을 위한 AI” 개발과 지역사회에 혜택을 주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주장한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반란’ 활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AI 기술이 수십억 명의 사람들 혹은 인류 전체를 멸종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들으면서 그들의 생각에도 극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현재 HF 활동가들은 AI의 실존적 위험과 이에 대한 보수적인 AI 접근 방식에 대한 논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MAGA 진영의 베테랑 보수 운동가 크레머가 이끄는 HF는 트럼프 대통령의 AI 정책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크레머는 트럼프 대통령이 데이터센터와 AI 구축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언급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크레머는 MAGA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모든 정책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를 감싼다. 그녀는 “트럼프는 할 일이 너무 많다. 잘못된 AI 정책의 책임은 트럼프의 관심을 이용해 규제 완화와 친AI 입장을 옹호하는 기술 투자자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MAGA 진영에서 우군도 생겨났다. 대통령 비서실장인 수지 와일스와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같은 인사들이 AI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AI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스티브 배넌이나 ‘미국 우선주의 지도자’ 단체들은 AI 모델 출시 전 안전 테스트를 의무화하라는 공개서한을 트럼프에게 보냈다. 여기에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에서 응답자들이 AI와 AI가 일자리, 정보, 교육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HF와 같은 ‘반란’ 운동가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그러나, <TIME>은 MAGA의 AI 안전론자 진영이 영향력 확보 싸움에서 결코 승리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결국 AI 정책의 미래는 트럼프에게 달려 있다는 <TIME>의 판단이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중국 방문 중 시진핑 주석과 AI 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매우 모호한 태도를 보였고, AI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AI는 환상적이다. 보건, 의학,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본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암시한다.

HF의 사례는 AI 기술과 정책을 둘러싼 MAGA 진영의 분화를 보여준다. 트럼프에게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트럼프의 가장 충성스러운 지지층이자 이데올로기 생산자인 MAGA 진영의 분할과 함께 민주당과 공화당, 진보와 보수 사이의 경계를 확실히 가를 수 없는 AI 정책의 복잡성으로 인해 AI라는 뜨거운 감자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AI 업계의 각기 다른 입장도 AI로 인한 미국의 분할과 갈등을 더욱 깊게 할 것이라는 점도 트럼프의 ‘AI 정치’의 향방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 “이것은 미국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HF가 “바로 이것이 미국적인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AI 정책이 무엇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영주/yjlee@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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