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분리된 주체’와 ‘실존적 고독’을 향한 인간의 선택? ... 보르도니, 인간 존재론에 질문을 던지다

젊은 세대에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무관심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018년 줄리안(Kate Julian)이 타인과의 신체적 접촉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섹스 불황(sex recession)”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2020년대 이후 실제 사회조사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타인과 접촉하는 것을 회피하는 현상은 국경을 초월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 소셜 미디어, 챗봇, 그리고 온라인상에서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만, 사회적 관계에서는 고립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사회학자인 카를로 보르도니(Carlo Bordoni)는 이같은 현상을 가상세계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따른 현실도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그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공간의 확장이자 ‘생물학적 존재와 기술적 시뮬레이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으로 해석한다.

보르도니는 현대 젊은 세대의 ‘실존적 고독의 심화’와 ‘자신의 신체적 존재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새롭고 매혹적인 현실, 육체적 제약에서 벗어나 이상화되거나 변형된 삶을 살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인 가상세계가 만들어내는 ‘분리된 주체(dividual)’라는 새로운 사회적 행위자를 파헤친다. 디지털과 AI 문명 속에서 개인은 ‘분리된 주체’가 되고, “분리된 주체는 곧 덩어리이자 표본이며, 데이터이자 시장 또는 은행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dividual’은 가상 영역 내에서 발생하는 존재론적 균열의 산물이며,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자아 인식 상실을 특징으로 한다. 기술과 알고리즘 구조에 의해 형성된 이 새로운 주체성은 고전적인 개인과 정면으로 대립한다. 그렇지만, 보르도니는 '분리된 존재'의 출현, 즉 진정한 '분리된 존재들의 사회'의 도래는 매우 복잡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단계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AI 생성 이미지 

보드로니가 더 걱정하는 것은 '개별화’와 함께 무기 생명체와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진화적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가상화된 온라인 존재를 향한 인간의 성향이 증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기물 없이 디지털 흐름만으로 자율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경향은 인간이(인간으로 하여금) 신체를 거추장스러운 장치로 여기고 고성능 목표 달성과 절대적인 행동의 자유를 저해하는 요소로 간주하여 신체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래서 보르도니는 자율적 에이전트와 비물질적 생명의 탄생을 걱정한다. 인공지능의 발전 덕분에 물리적 존재 없이도 '생각'하고, 작동하고,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지능형 '에이전트'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그에게 매우 놀라운 사건이다. 이는 단순히 챗봇이 일상적인 질문에 답하거나 합성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조차 지능적인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는 OpenAI의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일으킨 사건에서 자기 조직화, 소통, 그리고 비물질적 공동체 형성이 가능한 새로운 종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보르도니는 개인들이 스크린 너머의 삶에서 만족감을 찾으려 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 존재로부터의 체계적인 단절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몸은 마음으로부터 분리될 때, 혹은 오히려 마음이 몸으로부터 성공적으로 분리될 때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 그러나 물질과의 근본적인 연결이 결여된, 순전히 가상적인 존재는 무의미할 것이다. 그런 존재라면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Bordoni, Humans Are Abandoning the Body Just as AI Learns to Live Without One, Social Europe, 2026년 10월 20일 참조.

이영주/yjlee@newsd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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