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시선] AI라는 급류, “뭣이 더 중헌디”라는 질문에 답할 준비도 하자

권위주의 국가에서처럼 국가가 기업을 앞장세워 AI 개발을 이끌어가든, 자유주의 국가에서처럼 빅테크 기업들이 AI 확산을 하든 AI가 곧 신경제(新經濟)이자 정치사회적 충돌 유발제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라고 하지만, 미국의 10여 개 빅테크 기업들이 압도하고 있는 초기 AI 체제에서 전 세계 국가와 기업, 대중의 관심은 Google, NVIDIA, Anthropic, Microsoft, Amazon, Meta, OpenAI, xAI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에 쏠려 있다. 언론은 매일 이들과 관련된 기사들을 쏟아내고, 시장 전문가들은 빅테크 수장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해석하고 예측하기 바쁘다. 빅테크 수장들이 대중스타가 되었고, 이 빅테크 스타들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들이 넘쳐난다.

우리는 이제 NAVER와 Daum에서 검색창을 열지 않는다. 지금의 10대에게 ‘구글링(googling)’이라는 단어는 과거의 유물 정도로 취급된다. 비교와 대조, 확인과 검증의 시간이 사라진다. 우리를 둘러싼 사람이나 사물과의 물리적 접촉은 더욱 불편한 것으로 취급된다. ‘디지털 키즈’에서 ‘AI 인류’로의 신분 전환을 위해 필요한 AI 활용 자격증 취득 광고는 ‘아날로그 세대’를 더 강력하게 압박한다. AI 대륙에 먼저 도착한 신(新)인류는 AI 유토피아 세계관으로 무장해 광고, 홍보, 음악, 미술, 디자인, 만화, 영상 등 모든 창(조)작물을 ‘뚝딱’ 만들어내고 대중들의 눈과 귀를 유혹한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사라지는 세계, 창작과 조작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세계, 실재와 가상을 구분할 수 없는 세계에서 더 나아가 진짜와 창작, 실재와 물리적 경험이 값어치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을 세계를 열렬히 환영한다. 더 빨리, 더 많이 그렇지만 더 간결하게, 더 확실하게, 더 고민하지 않게, 더 의심하지 않게 이 세계를 정리하려는 AI는 인간이 이렇게 살고자 하는 선택의 산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AI 신인류, 더 나아가 인간의 신체가 곧 AI가 되는 사이보그의 세상을 앞당겨 달라고 AI 빅테크 기업의 수장들에게 왕관을 씌워 주기로 결심했다.

AI의 조부모는 아르파넷(ARPANET)이고, 부모는 월드와이드웹(WWW)이다. 모든 컴퓨터를 연결하고 세상을 샅샅이 잇겠다는 꿈을 가진 조부모와 부모 덕분에 AI가 탄생할 수 있었다. 전 지구적 연결이 낳은 무한대의 데이터를 먹고 자란 AI가 이제 인간에게 ‘용감하고 멋진 신세계’를 선물하려고 한다. AI로 무장한(AI 세계 속) 인간들은 더 용감해질 것이다. 그 용감함이 지금까지 인간 세계를 통제해왔던 모든 규율과 규범, 도덕과 윤리에 도전장을 낼 것이다. 거짓과 환상이 온갖 범죄의 재료가 되어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용감한’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계급도 탄생할 것이다. 최상층 AI 계급에서부터 최하층 AI 계급에 이르기까지 신계급 질서 속에서 AI 세계의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만들어진다. 물론 이 계급 질서의 실제 지배자는 AI다.

이 세계가 멋진 신세계일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러니, AI 급류 속에서 인간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답할 준비도 하자. AI 급류에 정신없이 올라타겠지만, 그래도 인간의 삶에서 “뭣이 더 중헌디”라는 질문에서부터.

이영주/yjlee@newsdot.net

Newsletter
디지털 시대, 새로운 정보를 받아보세요!